우째 이런 일이… 초대형 태풍이 강타한 사법호가 사법 불신, 재판 불신 우려와 함께 거센 파도에 방향을 잃고 침몰위기에 있다.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는 법원을 쪼개고 말았다. 구속 며칠째 되지만 그 후유증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를 넘어 법원까지 스스로 사법부 수장을 구속한 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일까. 더군다나 사법부 수장 구속은 법관탄핵 논의가 재 점화 돼 그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법원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스스로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요소가 개입된 결과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법원이 자기 살 길을 찾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을 최후의 희생양으로 바친 것이 아닌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범죄행위는 40여 가지이지만 주요 혐의는 재판개입의혹과 직권남용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전 대법원원장을 구속할 정도로 증거와 법리가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해 법정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사법부의 마지막 보루이다. 사법부가 이번사태로 갈기갈기 찢어져 신뢰가 바닥을 치면서 법원이 문을 닫아야할 판이다.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던 날 많은 국민들은 하던 일손을 멈추고 `국제망신`이라며 허탈해했다. 행정부 최고 책임자인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이어 사법부 수장 전 대법원장까지 구속되면서 입법부만 남은 셈이다.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을 검찰보다 더 중요시 여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데 대해 사법농단을 비판해온 법관들도 이외라는 반응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헌법적 가치로 하는 삼권분립 나라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서글픔을 넘어 분노에 찬 규탄과 당연한 순서라는 결연한 목소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구속 수사를 점쳤던 일부 판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구속 사유를 충족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충격을 받은 판사들은 자성의 소리와 함께 "업무수행 중에 일어난 일이고 충분히 해석 여하에 따라 아직 달라질 부분이 많은데 지금 단계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할 수 있는 구속 조치를 취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수장은 국민들의 신뢰 측면에서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자리인데 `증거인멸`을 구속 사유 중 하나로 들고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사법부 개혁은 동의하지만 조직의 내부 문제를 검찰의 손을 빌려서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는 것인지 동의 할 수 없다"며 "차제에 조직 안정을 해친 행위자를 철저히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 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승태 전대법원장이 구속되던 날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길도 무거워 보였다. 그는 대국민 사과에서 두 번이나 큰절을 했다.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가 없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세상을 떠 들썩 하게 한 사법농단이지만 지금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사법부 내에 없었던 만큼 `수장`이 책임지는 게 신뢰 회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사법부 구성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할때다. 전 대법원장이 저지른 사안의 중대성을 떠나 사법부의 수장이 구속된것은 매우유감스러운 일이다. 공정한 재판으로 진실이 밝혀져 만신창이 된 사법부가 환골탈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