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중에 가장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동물이, 나는 보르네오 섬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오랑우탄`이라 생각한다. 말레이어로 `오랑`은 사람을 뜻하며 `우탄`은 산(山)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오랑우탄이란 산사람(山人) 즉, 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단어인데, 그들은 사람처럼 직립보행을 하며, 숲속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실제 사람과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그들은 인간처럼 간단한 도구를 사용할 줄도 알며, 잠을 잘 때는 나뭇가지들을 이용하여 야전침대를 만들 줄도 안다. 내가 보기엔 오랑우탄이야말로 인간으로 진화(進化)되기 직전 단계의 영장류(靈長類) 동물로 보이는데, 이들의 특징은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과 달리, 성년이 되는 순간 홀로 독립하여 숲속에서 매우 고독한 삶을 즐긴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전 얘기이긴 하지만, 나는 보르네오 숲속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려놓고 있는 `오랑우탄`을 보고 원주민과 혼동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그 때 한마디의 말만 했더라면 나는 영락없이 그들을 하나의 인종으로 보았을 것이다. 아무튼 영장류 사람과에 속하는 오랑우탄은 촐랑대는 다른 원숭이 종(種)들과 달리 행동에도 기품이 있으며, 생활습성도 매우 고상하여 좀처럼 싸우는 법이 없고, 항상 홀로 조용히 고독한 생활을 하면서, 타의 간섭이 배제된 자기만의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동물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오랑우탄보다 더 진화된 인간들은 왜 무리를 짓고 집단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다양한 학설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인간이 수상생활(樹上生活)을 포기한 것이 그 첫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온 순간, 우선 맹수와 같은 천적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고, 힘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합심하여 생존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집단생활의 효율성을 인지한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모여 부락을 이루고, 그 부락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족이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큰 집단을 이루게 되자,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발생되고, 그런 이해관계 조정과 집단생활을 위한 규칙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법이 아닌가? 법은 집단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칙이긴 하지만, 한편 개인에게는 속박(束縛)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이 오랑우탄보다 반드시 행복한 영장류라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제도를 고심한 끝에 현재와 같이 공적(公的)인 의무와 개인의 권리가 함께 인정되는 사회체제를 만들게 된 것이리라.  　규칙이 존재하지만 그 규칙이 강제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지켜지는 규칙, 그것을 자율(自律)이라 한다면 우리는 자율적인 행동을 통해 그 규칙이라는 속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자율 속에 맡겨진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제어되지 않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이제 다시 그 자율성이 회수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숲 속에 사는 오랑우탄은 법으로 정한 바 없지만, 타인의 영역을 잘 침범하지 않으며, 필요 이상의 영역을 취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그들의 삶은 평화롭고 또 개인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단 한 평의 땅도 없는 살아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한 사람이 수십만 평, 수백만 평의 국토를 점유하고, 심지어 죽은 자의 유택(幽宅)이 수천 평, 수만 평에 달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것이 오랑우탄보다 더 진화된 영장류인 인간으로써 과연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말인데, 자유경쟁이라는 자율의 함정에 빠진 이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 모순된 자본주의 체제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