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가 아름답고 평원이 좋은 곳에 세거지를 정하여 일성이 대대로 조상을 숭모하며 보본지심을 견지하고 봉선지의를 다하면서 정답게 생활하는 집성촌은 예사로 보여 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경주향(慶州鄕)에 속했던 포항시 기북면 덕동마을은 비록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에 있지만 여강이씨 농재 이언괄 공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명문 세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마을 이름을 덕동이라 칭하기에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덕(德)은 자의(字意)에서 보면 ‘척(彳)’과 ‘덕(㥁)’의 합성어로서 ‘척’은 ‘가다’의 뜻이고, ‘덕(㥁)’은 ‘똑바른 마음’을 뜻하고 있어서 ‘덕(德)’자는 ‘똑바른 마음을 가지고 인생의 길을 걷다’의 뜻을 나타낸다. 또한 덕은 도덕적･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능력 혹은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이기도 하다. 덕은 사람들이 지켜나가야 할 길이라는 뜻에서 도덕이라 부르며, 그 중심덕목은 오상과 오륜으로 되어있다.  이상과 같이 좋은 의미를 지닌 덕(德) 자를 담아 덕동마을로 부르게 된 것은 똑바른 마음을 가지고 인생의 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 인정 많은 사람들이 사는 정겨운 마을, 그런 마을이 되기 위한 염원이 담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덕동마을 여강이씨들은 선조의 애손지심에 따라 세세영영 번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덕동마을의 이름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1547년 가을에 농재공은 형 회재 이언적선생이 강계에 귀양 갈 때 충주시 달천까지 따라가서 울었다고 하며, 이 때 지은 시는 우애의 덕의를 실천한 참으로 가슴 아픈 감명을 주고 있다. 白日淸晨上嶺遲 밝은 날 맑은 새벽 재에 오름 더디더니 孤忠自信有誰知 스스로 지킨 충성 알아줄 이 누구일까. 三千去路悠悠恨 삼천리 가는 길에 끝없는 한스러움 只爲高堂鶴髮悲고당의 학발 자친 슬퍼하심 어이할까. 형이 귀양 간 다음부터 농재공은 밤마다 통곡하며 향을 피우고 형의 사면을 천지신명께 빌었다. 이 소식을 들은 회재선생은 “나를 사랑하는 아우의 정성이 지극하여 하늘이 감응할 것이며 나의 생명이 오늘에 이르도록 보전하게 된 것은 오로지 아우의 정성 때문이다. 그 명감으로 머지않아 돌아가 어머니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시를 보냈던 것이다. 漠漠長空鴈去遲 막막한 긴 하늘에 기러기 날아감이 더디니 悠悠襟抱有誰知 아득한 나의 회포 그 누가 알아주랴. 憑高一灑思親陋 잿마루에 기대어서 사친 눈물 뿌릴 적에 天際愁雲滿顔悲 하늘가의 슬픈 구름 얼굴 가득 슬프구나. 淸時流落遠投邊 맑은 시내 흘러 내려 먼 변방으로 귀양 가니 感汝焚香夜禱天 밤마다 분향 기도하는 너의 정성 감응하여 冥佑不遲天可必 신의 도움 멀지 않아 하늘에 살필지라. 歸來戱彩一逡前 돌아와서 술상 앞에 색동옷의 춤을 추리. 이 시문에서 공의 효성과 우애가 지극하였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형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경주에서 강계까지 험로 천리 길을 달려가 형과 눈물로 상봉하였다 하니 그 우애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의를 다해 살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기에, 맹자는 인(仁)의 실체가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고, 의(義)의 실체는 형을 따르는 것이라 하였다(孟子曰 仁之實事親是也 義之實從兄是也). 농재공은 이상과 같이 인의를 몸소 실천한 표본적 생애를 살았던 것이다.  형제 상별의 아픔을 서로 달래며 시를 지어 화답한 만고불망의 우애가 너무나 애절한 사적이기에 여기 다시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