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국권을 상실하고 36년간이나 이(異)민족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이 땅에, 민주주의 헌법으로 새로운 정부가 세워진 지도 어언 백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모든 국민이 헌법 앞에 평등하지 않았으며,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기득권들만의 나라였다.  　독점권력, 독점자본, 기득권들의 패악질이 극에 다다르자 드디어 국민들이 손에 손에 가냘픈 등불 하나씩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간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 아니었던가? 그 때 군중 속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반칙이 없는 사회, 공정한 사회`를 외치며, 우리사회를 모두 사유화하려는 그 거대한 권력과 자본집단을 향해, 거침없이 사자후를 토하여 군중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시위가 무르익기 시작하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 가를 지켜보고 있던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나중엔 힘의 우위에 있는 그들이 단상을 점령하여, 이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오 천만 국민이 모두 지켜본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아닌가? 　그 바람에 대대손손 기득권 왕국을 꿈꾸던 무리들이 그들의 기득권 일부를 상실하게 되자, 드디어 반격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전적인 전술이 `백약이 무약` 처방이 되자, 그들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혼란한 시기에 불의(不義)앞에 `정의`라는 칼을 들고 우뚝 섰던 천출의 용장(勇將), 그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리고 `이이제이(以夷制夷)`, 어려운 한자말을 차용할 것도 없이, 적을 이용해 적을 친다. 누구라도 알만한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 아닐 수 없을 것인데, 새로운 기득권을 장악하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에 또 자신들의 기득권 지속을 위해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도 있었을 법 하다. 　정의고 나발이고,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용병들이 동원될 수 있고, 대형 스피커가 연일 볼륨을 높이며 판단력 부족한 팔랑귀를 가진 사람들을 선동한다. 잘 훈련된 애완견이, 주인이 외출할 낌새가 보이자 얼른 뛰어가 자기 목줄을 주인에게 물어다 주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왜 사람들은 충실한 하인, 뚝심 좋은 일꾼을 찾지 않고, 추앙할 대상의 주인을 찾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인도 그 어떤 신(神)도 아닌 부지런한 일꾼일 탠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특정인들의 성 뒤에 따라붙는 `~사모`라는 말이 유행한다. 　`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의 `사모`가 사모(思慕)로 바뀌면, 유사 신앙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 신앙의 대상이 사람이든 우상이든 간에 깊은 신앙심은 자칫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경과 사모는 구분되는 것인데, 인간에게만 있는 이 `사모`라는 감정은 대개 인간의 이성(理性) 밖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애인을 고를 때 합리적 선택이 어려운 게 아닐까? 　불의한 기득권에 가장 용감하게 맞선 정치인, 그리고 무려 천 삼백만이나 되는 도민들의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바지춤을 아래로 끌어내리게 하는 인격 살인 상황까지 연출되었지만, 결과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지 않았는가? 누가 무엇을 의도했던 간에, 의도한 대로 만들어 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며, 또 설령 그에게 일정 부분의 과(過)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공(功)은 과를 덮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판단이다. 순금(純金)으로 반지를 만들지는 못한다. 금으로 반지나 목걸이를 만들려면 반드시 일정 함량의 불순물이 합금되어야 하는데, 합금(合金)과 도금(鍍金)을 구분하지 못하여 다량의 순금이 함유된 합금을 버리고 껍질뿐인 도금을 취하는 우(愚)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