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을 가진 센서(Sensor)를 부착하고 높은 지능을 가진 기계는 생명인가 아닌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만든다. 사람들은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고도 말 하지만, 이는 노예 해방 이전 미국 교회에서 흑인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가르친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지능이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지만, 지능이 높기 때문에 영혼이 있고, 지능이 낮기 때문에 영혼이 없다는 말은, 386컴퓨터에는 영혼이 없지만, 펜티엄 컴퓨터에는 영혼이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영혼은 자아의식(自我意識)을 지칭함인 것 같은데, 만일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달되어 자아의식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그 자아의식을 가진 기계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더구나 그런 기계가 스스로 자기복제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열등한 종(種)인 인간의 미래는 또 어떻게 될까? 공상과학(SF)같은 얘기라고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반세기 전의 공상과학이 현재 모두 현실이 되고 있는 데,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 드론, 인공지능 등이 바로 그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일만(一萬)배나 더 큰 저장 용량의 메모리에, 만 배나 더 빠른 프로세싱(processing) 능력을 가진 두뇌, 거기다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기관을 갖추고, 인간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가진 무기체(無機體)의 생명이 과연 자신들보다 훨씬 열등한 유기체(有機體)인 인간에게 순순히 복종하기만 할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그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인간의 피조물(被造物)에 불과하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인간 역시 그 어떤 존재에 의한 피조물이 아닐까? 인간은 누가 창조한 생명체일까? 진화론이든 창조론이든 간에 인간이라는 복잡한 생명체를 설계한 창조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토록 사악한 행동을 하게하고, 또 자연까지 파괴하도록 의도하여, 처음부터 그렇게 인간의 지능을 프로그래밍 하였을 리는 만무하고, 문제는 인간에게 부여된 학습능력과 자율성일 것이다. 　아직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의 출고(出庫) 초기 컴퓨터는, 갓 태어난 애기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켜지면 기본적인 CMOS 프로그램이 작동할 뿐이다. 그러나 다만 부팅(booting)된 그 초기 컴퓨터에 윈도우 같은 운영체계(OS)가 심어지고, 다양한 에플리케이션(application) 프로그램들이 설치되고, 유용한 데이터들이 쌓이게 되면, 각각의 용도에 따라 그 컴퓨터들은 다양한 성능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탄생 초기에는 선(善)과 악(惡)의 구분이 있을 리 없고, 자아의식도 없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떤 학습을 받는가에 따라 특정한 성향과 정체성을 띤 하나의 독특한 자아의식이 형성되어 지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선과 악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어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지도 않고, 자신을 탄생시킨 부모마저 거역하기도 하며, 신의 계율조차도 어기는, 통제하기 어려운 매우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 따라서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추고 자율행동을 하는 기계에 대한 윤리규정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신(神)이 인간을 창조하여, 인간을 통해 여러 가지를 역사(役事)하려 했는지는 모르지만, 인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인간들이 반드시 신의 뜻대로 행동해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너무도 많지 않은가? 전지전능한 신이였다면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측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신은 왜 인간에게 그토록 위험한 자율성(自律性)을 부여하였을까? 신(神)이 인간에게 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