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지금부터 30여년전인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행된다며 기쁨과 설렘으로 제도 부활을 반긴 국민들이 많았다. 5·16으로 1961년 폐지 된지 30년만에 되살아난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당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로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며 많은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지방자치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의원들이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면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행 30여년이 다 된 지금 그런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된 지방의원들의 급여는 이제 웬만한 근로자들 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기초와 광역의회 의장은 월 수백만원의 판공비에 단체장과 비슷한 차량이 제공되고 수행비서도 있다. 부의장, 상임위원장도 의장보다 적지만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 외에 매달 따로 판공비를 받는다고 한다. 행정기관에는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의사과란 별도의 부서가 있다. 시군의 규모에 따라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의 공무원들이 배치돼 지방의회 업무를 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4년마다 실시 되는 선거철만 되면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당선이 보장되는 특정 정당 공천 경쟁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전화여론조사까지 동원된다. 당선되는 그 순간부터 4년간은 큰 잘못만 하지 않으면 임기를 마치는데다 한 번 당선되고 나면 재선까지는 특별한 경쟁자가 없는 한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지방의원들은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안을 심의 및 의결한다. 또 의정질의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행정의 잘못을 지적하고 따지는 감시 권한을 갖고 있다. 일선 행정 공무원 입장에선 지방의원들과 관계가 순탄치 못하면 업무추진이 쉽지 않다. 민선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업무추진비나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공약사업 예산이 의회에서 깎이면 곤란을 겪기 마련이다. 의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의회와 원만한 관계유지가 단체장의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공무원들에게 지방의원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최근 전국을 뒤흔든 예천 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는 지방자치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6천만원이 넘는 예산으로 7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로 떠났던 군의원들은 현지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가 있는 유흥업소를 소개해달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군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군민들은 해외에서 지역 망신 시킨 해당 군의원 뿐만 아니라 여행을 갔던 군의원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군의원들은 묵묵부답이다. 어느 군의원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내가 어떻게 해서 당선됐는데 이만한 일로 군의원을 내놓을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번 사태 후 실시 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는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전면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관광성 외유에 치중된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지방의원들은 국민들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 해외연수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해외연수 중 터진 예천군의원의 가이드 폭행사건은 단순히 해외연수를 가고 안가고를 넘어 지금 시행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을 국민들이 갖게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지방의원 숫자는 4천여명에 달한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공무원까지 배치해 지원해주며 유지할 실익이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주먹을 휘둘러 나라 망신시키는 자질미달 군의원이 어찌 예천 군의원 한 사람 뿐이겠느냐는 말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을 들게 만든 지방의원들의 일탈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방의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뼈를 깎는 특단의 노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