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간 같은 학교에 다닌 죽마고우 경주 출신 한진구선생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경제학을 가르친 실용주의 학자다.  　나는 우리말 가운데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우리말 중 `만족`이라는 단어가 참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적 궁핍과 정치적 혼란, 사회적 갈등 속에 살지마는 예전에 비하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살고 있음은 물론 신앙의 탓도 있지만 졸부의 생활엔 중산층에 속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요약해서 말하면 만족은 경제와 연관성이 다소 있지만 우선 마음에 흡족함을 가리킨다. 평민으로써 세상살이에 불만 서러운 일도 종종 생기지만 짜증을 내 봐야 미력한 나로써 해결 할 능력이 없으므로 되는 일들에 대해서 감사하고 만족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화평이 온다. 　성서에도 "낯을 찡그리고 살면 세월이 괴롭고, 마음이 편하면 하루하루가 잔치 기분이다"라 했다. 생활의 태도가 일을 처리하는데 좌우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것에서부터 만족하기로 단단한 결심을 가졌다. 전부터 행복은 작은 일에 만족하는 자에게 속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철학자 파스칼은 "사람들은 자기의 만족을 잃게 되는 것을 아주 슬픈 일로 여긴다. 그러나 기쁨을 아는 동시에 그 기쁨의 이유가 없어진 때, 슬퍼하지 않는 사람만이 옳은 만족의 사람"이라 했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점에 있다. 남보다 나은 점에서 행복을 구한다면 영원히 행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누구나 한두 가지 나은 점이 있지만, 열 가지 전부가 남보다 뛰어 날 수 는 없다. 그러기에 행복이란 남과 비교해 찾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 할 수 있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만족은 괴로움을 지불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며 성공해서 만족하는 것도 아니며,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행복해서 웃기보다는 웃으니깐 행복하다는 것과 같다. 만족은 마음이 우리 주위 환경에 지배되지 않는 데서 생기며, 만족은 가난한 자를 풍부하게 하고 풍부한 자를 가난하게 만드는 운명 같은 것도 포함하고 있다. 　노자(老子)의 말씀에도 "만족하지 못하다는 것 이상의 불행은 없다. 욕심과 같이 큰 죄악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정욕에서 벗어난 사람은 항상 만족 할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욕심이 많고 재물에 대한 과욕이 사람의 마음을 더 빈곤케 한다. 　이솝의 우화에 그림자를 쫓다가 자기의 먹이를 떨어뜨린 개는 그림자도 고기도 잃어버린 다는 것이다. 　범어에도 욕심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리요, 욕심이 욕심을 낳으며 욕심장이가 황금을 갖는 것이 아니라 황금이 욕심장이를 갖는다는 말도 있다. 세상에는 부정, 불의를 몰라서 행하는 사람 보다도 알면서 행하는 사람이 또 행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런 까닭은 과도한 욕심으로 인하여 일시적인 양심과 양식이 질식되고 말기가 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의아스런 것은 욕심을 같이 하는 자는 서로 미워하고 사랑을 같이 하는 자는 서로 친하다는 사실이다. 영국 속담에 욕심은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모인다. 　과(過)하면 넘친다. 과욕, 과식, 과로, 과음 모두가 욕심의 씨앗이며 눈동자를 얻은 맹인이 눈썹을 달라고 조른다는 것이 욕심엔 한계가 없다. 　지난 해 사법부에서 떵떵거리며 살던 법조인들이 많은 부정을 저질렀다. 그들은 과연 죄가 뭔지 몰랐을까. 과신이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