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변신`(變身)이다. 변신의 절박함을 넘어야 탄생이 있다. 동시에 생(生)은 바로 멸(滅)을 향한 시발이다. 우리의 삶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고 마침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조직생활에 있어서도, 조직인 누구라도 언젠가는 그 조직을 떠나는 일은 필연이다. 한 조직의 일원으로 입직(入職)하는 때부터 조직을 떠날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가게 되어 있다. 　탄생의 애절함에 관해서는 인도 고대 우파니샤드에 나온다는 전설의 새 `호마새` 이야기가 있다. `호마새`는 아득한 허공에서 알을 낳는다. 그 알은 낳아지자마자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부화를 마쳐 땅에 닿기 전에 새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 알이 땅에 닿기 전에 부화하지 못하거나 부화하더라도 날개 짓을 하지 못하면 떨어져 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땅에 닿기 전에 부화된 호마새 새끼는 전력을 다해 어미 새가 있는 하늘로 다시 날아오른다는 것이다. 끝을 향한 질주, 그 끝에 도달하기 전에 알을 깨지 못하면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날지 못하면 또한 죽는 것이다. 　모든 현상에는 타이밍이 있다. 뭇 생명도 그 삼엄한 순간의 타이밍에 맞춰 `변신`하지 못하면 태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나도 다시 죽는다. 태어날 때의 산통처럼 죽을 때도 `고뇌`가 있다. 올 때가 있으면 갈 때가 있고 시작은 곧 마침에 이른다. 시작할 때 절박함이 있듯이 마칠 때는 `결단`이 필요하다.  　마쳐야 할 때, 떠나야 할 때는 언제인가? 준비할 여유도 없이 졸지(猝地)에 떠나거나 졸지에 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냥 떠나도 길은 있다. 　주역에 일의 `기미`(幾微)를 알아야 천하의 일을 완성할 수 있다(唯幾也 故能成天下之務)고 했다. 이 `기미`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중간에 있다고 하며 그 움직임은 아주 은밀하다고 했다. 이는 가장 마땅한 `결정적인 때`를 말한다. 이를 어떻게 알 것인가? 하늘을 경외(敬畏)하고 땅과 사람을 돌보며 겸허한 자세로 덕을 쌓기를 자강불식(自彊不息)하면 가능해진다고 한다(박정기, 어느 할아버지의 리더십 이야기:236-237). 그래서 예부터 마음이 맑으면 하늘의 이치가 보인다고 했던가! 　사물을 생산할 때만큼이나 폐기할 때도 어렵다. 우리 생명도 태어날 때처럼 죽을 때도 힘이 든다. 다만 현상적으로는 생육(生育)은 거의 전적으로 부모에 의해 진행되지만 노사(老死)해 가는 과정은 대부분 본인의 책임으로 감내해야 한다. 실로 잘 마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는 떠남은 회귀를 위한 준비 과정이요 끝남은 새로운 시작을 낳는 씨앗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마새 알이 고공에서 산란되지만 땅에 닿기 전에 부화되어야 한다. 한 과정의 마침은 새로운 또 하나의 시작이 되며, 그것은 주어진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엄중한 과정인 것이다. 　정부 조직에서 장·차관급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직업공무원과 달리 정년(停年) 자체가 없다. 그 중에 설사 임기가 있는 직위이더라도 퇴직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우리 생이 마칠 때가 언제인지 잘 모르듯 조직에서 떠날 시점도 어느새 다가오는 것이다. 　2015년 5월에 31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떠날 때는 정년과 상관없는 정무직 신분이었다. 당시에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언제 그만두게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찬바람이 불던 12월 어느 날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이른바 `후진을 위한 용퇴`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결연히 굳혔다. 그러다가 어느 봄날에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그냥 떠났어도 길은 있었다. 　누구나 가야할 때가 있다. 갈 때가 되면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떠나는 자는 깔끔하게 나서야 하고 떠나보내는 자는 따뜻하게 보내야 한다. 떠남은 마무리이다. 마무리는 아름다워야 한다.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이다.  　하늘에 오른 호마새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시작은 마침이요 마침은 곧 또 다른 시작이다. 조직에서의 작별도 재회를 향한 진지한 끝맺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전충렬 총장의 칼럼은 이번 회가 마지막입니다. 다음 기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