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1월1일 새벽 전국 새해 해맞이 명소는 해맞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추운 날씨에도 포항 호미곶과 영덕 삼사해상공원 등에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였다. 언손을 녹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상기된 표정으로 수평선과 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응시했다. 　구름을 헤치고 해가 치솟자 모두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행여 일출을 보지 못하며 어쩌나 하고 마음 졸였던 걱정은 일순간 사라지고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모두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호미곶에는 멀리 호남과 진주, 통영에서 온 가족들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새해 희망을 한 가지씩 털어놓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이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자영업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올해는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안방에서 이들의 인터뷰를 지켜본 서민들의 마음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 한해 가족들 모두 무탈하고 수입이 좀 더 늘어나 조금이라도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서민들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큼 좋은 여건은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은 소비,생산,투자 등 거시 경제 지표들이 하향추세라고 한다. 소비가 줄어들면 당연히 생산도 감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투자도 줄어들 것이 뻔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근로자들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중소상공인들의 삶도 팍팍해진다. 이미 자영업자, 중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는 상황이다. 경기침체로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데 인건비는 대폭 올랐으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최저임금 오르는 것을 마다할 근로자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인건비 인상을 감당 못하게 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스스로 일하며 버티는 현실이 됐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근로자들을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게 된 구직자들은 최저임금인상이 반갑지만은 아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상인들이 주휴수당까지 줘가며 아르바이트생을 쓰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야당으로부터 폐기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주성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 양극화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어도 단순일자리 구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한다. 무인 주문기 도입 등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보도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기보다 오히려 줄어 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힘든 상황에서 인건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여기저기서 난리아닌 난리다. 아직은 우리 경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여건이 못 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그 여파를 견뎌낼 수 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고 추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소득주도 성장도 물론 좋지만 그에 앞서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더 급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장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도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야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소주성에 대한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비판과 경제계의 어려움을 헤아려 보완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새해 해맞이 나선 서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올해는 꼭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