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애도 물결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환자를 돌보는 진료실이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앞서 임 교수는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자신의 진료실에서 상담을 받던 조울증 환자 박모(30)씨의 흉기에 수차례 찔린 뒤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수술에 들어갔으나 2시간 후인 7시 30분께 결국 숨졌다.임 교수는 박씨가 꺼내는 흉기를 보고 진료실에 마련된 대피공간으로 급히 몸을 숨겼으나 간호사 등 진료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돼 다시 나와 "빨리 피하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최근 응급실 의료진 폭행 등 환자들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급히 내놨지만 정작 진료실은 빠져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경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모든 병원에서의 진료실은 의료법에 따라 환자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CCTV 설치는 물론 촬영과 녹음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진료실 내부도 환자들의 병명이 밖으로 들리지 않게 진료시 닫아놔야 한다.사실상 진료실 내부에서 의료진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선조치가 힘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서비스 평가도 환자들의 이유없는 폭행에 힘을 실고 있다.대구 일대 대학병원에서 매년 환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이 속출하고 있지만 `하루 병가`로 보상을 받는 것이 전부일 뿐 그 이상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병동에서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의료진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몇 건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다"며 "경찰에 신고 할 정도로 큰 폭행이 아닌 이상 의료진 내부에서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