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김을 굽는다　가족들의 하루를 굽는다　　김 접시를 가운데 놓고　가족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았다　불빛도 둥그렇게 둘러 앉았다　　가난한 농부의 식탁에 놓인　흑밀빵 같은　김 접시.　　구운 김에는 　얼음 박힌 발로 추운 땅을 걸어 온　가족들의 길이 보인다　부엌칼에 베인 아내의 상처도 보인다　　나는 김에 밥 한 숟갈을 얹어　꿀꺽 삼킨다　문득 목젖이 뜨거워진다 　　창 밖에는 싸락눈이 내린다　가난한 새가 겨울 양식처럼 쪼아 먹을　싸락눈이 싸락싸락 내린다　 -이준관　 참으로 다사다망한 한해가 남산 너머 붉은 해로 떠났다. 소망에 찬 2019년 희망이 밝았다. 싸락눈이 싸락싸락 내릴 것 같은 저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사십시오" 라는 성탄 메시지를 남겼다. 이 천 년 전에 산모를 위해 빈방을 찾던 성인 요셉의 간절한 목소리를 생각해본다, "여기 빈 방이 없습니까?" "여기 빈 방이 없습니까?"를 애타게 외쳤던 성탄절의 그 밤을 떠 올려 본다. 빈방을 구하지 못한 요셉과 마리아는 결국 낮고 낮은, 누추한 말구유에서 위대한 스승 아기 예수를 탄생 시킨다. 누추한 `말구유`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우리는 가난을 싫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가난만이 아니라, 가난, 저 깊은 바닥까지 더 내려가 봐야 한다. 그때 우리 모두는 이웃에 대한 `측은지심`이, 이웃을 위해 인정을 베푸는 소박한 마음이 생길 것이다. 요즘 나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평범하고 단순하며 소박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들꽃처럼 소박한 삶. 그 삶이 진실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아내는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김을 굽는다 가족들의 하루를 굽는다" "가족들이 둥그렇게 둘러앉고/ 불빛도 둥그렇게 둘러앉는다" 땀 흘려 일하고 저녁에는 불빛아래 둥글게, 둘러앉은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에 눈길이 더 간다.  이 시는 부엌의 불빛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시다. 화가 고흐의`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이 연상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모닥불 같은 시. 일상생활을 소박하게 노래한 감동의 시가 좋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맑고 따뜻하게 해주는 서정시,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어루만져 주는 서정시가 좋다. 2019년, 새날 가장 눈부신 태양이 떴다 .우리 모두는 생각한 것을 현실로 만들고, 꿈을 꾸지만 말고, 모든 사람이 꿈대로 살면 좋겠다! 추운 땅을 걸어 온 당신의 길이 보인다. 상처가 보인다. 문득 목젖이 뜨거워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