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조 유방(劉邦)이 옥에 갇힌 장군 한신(韓信)에게 "그대가 볼 때 나는 얼마의 병력을 거느릴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니 한 신이 "십만 정도일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유방이 다시 "그러면 그대는?"이라고 묻자 한신이 "저는 백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방이 또 "그런데 왜 나한테 잡혀있는가?"라고 하니 한신이 "저는 병사를 부리는데 능한 `병사들의 장수`요, 폐하는 장수를 다스리는데 능한 `장수들의 장수`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조직에서 일반 구성원들을 리드하는 간부가 있고 그 간부들을 지휘하는 관리자가 있다. 또한 기획에 능한 자가 있는가 하면 집행에 능한 자가 있다. 한 사람이 실로 만능일 수는 없다. 각자의 소질에 맞는 일을 맡기는 것이 `적재적소`이다.  　인물의 스타일은, 가치 및 행동지향별로 리더의 유형에 지장·덕장·용장형 등이 있고 팔로어(follower)의 유형에는 충신·전사·싸움닭형 등이 있으며, 총역량별로는 똑게(총게)·똑부(총부)·멍게(우게)·멍부(우부)로 분류될 수 있다(2017.4.2. 칼럼 `인물 검증-조직인의 유형 분류` 참조). 　이는 인력 채용 시의 검증에 있어서나 재임 중에도 인적인 평가를 할 때 주로 적용될 수 있는 유형 분류라 할 수 있다. 　`적재적소` 배치를 위한 용처(用處) 기준으로는 `기획형`·`행동형`으로 대별할 수 있고, 또 달리`내근형`·`섭외형`·`지휘형`·`실무형`·`무위도식형`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분류는 신규 인력의 배치나 재직자의 전보 시에 유용할 수 있다.    　`기획형`은 치밀하고 입체적인 사고와 분석력으로 보고서 작성에도 능한 유형이다. 제도나 정책·시책 등을 담당하는 데 적합하다. `행동형`은 제도나 정책 등 이론분야에는 서툴지만 행사나 의전 등 집행기능에는 맞는 스타일이다. 　정부에 `행동형` 성향을 뚜렷이 보이는 직원들이 있었다. 연금제도 담당 부서의 K** 주무관은 논리가 무디고 민원의 답변 처리에도 쩔쩔맸다. 그러나 공무원 고시 집행업무를 맡자 펄펄 날았다. 얼굴에 빛이 났고 행동의 치밀함까지 보여주어 적재적소의 중요함을 실감한 바 있다. 　또 인사제도 부서의 G ** 서기관은 간단한 정책 보고서 한 장도 꼭 부하직원을 대동하고 와서 보고했다. 그만큼 논리에 자신 없음이 눈에 띨 정도였다. 그러다가 행사·의전 부서로 가서는 탁월한 수행력과 완벽성까지도 보여 주었다. 　학력이 좋거나 어려운 채용시험을 거쳤다고 모두 기획형인 것은 아니다. 기획부서 직원이 행동형으로 판단되면 조속히 집행부서로 옮겨주고 그 반대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근형`은 차분하여 소위 안살림하기에 맞는 유형으로 후술하는 실무형과 유사하다. `섭외형`은 교섭력이 좋은 스타일로서 대외협력 분야나 영업부서에 적합하다. 그 특징이 행동형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배려 등 매너에서 차이가 있다.  　C ** 과장은 학벌 좋은 고시 출신인데도 기획 분야에서 거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 후 국제행사 조직의 대외협력팀에 파견되어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지휘형`은 핵심과 맥을 잘 짚고 결단력이 있는 유형이다. 조직 상층부에 있으면 그 참모와 중간관리자의 통솔에 능하다. 치밀하거나 꼼꼼한 기획적 지휘형도 있다.   　그러나 평소 모든 일을 직접 챙기는 자, 앞장서 책임질 줄 모르는 자 또는 덤벙거리는 스타일은 지휘자라고 할 수 없다. 　`실무형`은 큰 안목이나 비전은 없으나 일상 업무에 성실한 유형이다. 전문성이 있고 집행 보조자로서 적합하지만 연공서열 등에 의해 직위가 올라가면 조직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위도식형`은, 실무형이 업무 자존심이 있고 조직에서 제 몫을 하는데 비해, 뚜렷한 존재감이 없는 부류이다. 일종의 무임승차자(free rider)로서 집단에 따라 약 20퍼센트까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모두가 조직 세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하다. 무위도식형도 조직에서 인체의 림프샘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이외에 숲의 독버섯처럼 조직을 해치는 `해마(害馬)형`이 있다(2016.10.23. 칼럼, `인사의 본령-해마처리의 딜레마` 참조). 물론 이런 구성원이 없는 데도 있으나 큰 조직에는 꼭 몇 명씩은 있다. 이 유형은 필요가 없으며 그 처리에는 인내심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