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경주시장은 취임 후 경주를 한국의 로마로 만들겠다고 했다. 경주가 로마와 같은 인프라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역사문화관광도시인 로마와 같은 수준의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도록 기반을 닦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주 시장의 꿈은 곧 경주시민의 꿈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희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주 시장이 계획하는 국제적 수준의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자라는 점이 너무나도 많다. 경주가 가진 것은 신라 천년의 유적과 일부 남아 있는 근현대 유적뿐이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해 세계인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서툴고 거칠다. 　경주가 보유하고 있는 신라 유적들은 중국의 역사유적에 비해 규모면에서 턱없이 작기 때문에 쉽게 눈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유적과는 다른 아름다움과 개성이 넘친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전문가들처럼 한눈에 그 특유의 가치를 눈치채지 못한다. 중국의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지 않고 제주도나 서울로 몰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제주도와 서울에는 중국에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주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알리는 홍보작업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영문 홈페이지 하나 갖추지 못한 채 경주의 관광을 세계화하려는 시도는 신기루를 좇는 갈증 난 카라반과 같다. 영문이 병기된 간판도 제대로 없으면서 국제화를 표방하는 것도 무리다. 최근 들어 황리단길이 조성되면서 다소 해소되기는 했지만 경주의 식당에 가면 영문으로 된 메뉴판 찾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로마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경주의 관광객 수기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지진이 발생하고 난 후 썰렁했던 경주에 비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차다. 그러나 경주를 활보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국내 관광객 일색이다. 여기에 경주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우리보다 현저하게 가난한 나라인 동남아시아의 일부 관광도시와 단순 비교를 해봐도 경주의 형편은 초라하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지역 주민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다. 저녁마다 불을 밝히는 야시장에는 서양의 관광객들과 한국, 일본,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아름다운 색감과 곡선을 가진 전통사찰 마당에는 늘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성거린다. 사진을 한 번 찍기 위해서는 순서를 기다려야 할 판이다. 　캄보디아의 씨엠립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집 건너 다양한 숙소가 있고 줄지어 전통음식과 국제화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있다. 숙소는 늘 오버부킹이며 잘 되는 식당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도대체 무엇을 보려고 전세계에서 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까 의아하다. 아무리 견줘봐도 경주의 관광자원은 이에 못지 않은 데 말이다. 　그들은 관광산업을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인프라를 구축했다. 도심에 자동차가 진입하는 것을 막고 걷거나 우회하도록 했다. 숙박업소와 식당의 종업원들은 시원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관광객이 들이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능란하게 응대한다. 하루아침에 갖춰진 능력이 아니다. 　그동안 경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가꾸지 못했다.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 시장이 로마 수준의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가꾸겠다고 선언한 이상 이제는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왕경복원에만 매달리고 유적 관리만 신경 쓴다면 백년하청이다. 관광도시에는 전문가만 찾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찾아서 편안하고 즐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소문나기가 어렵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발 그동안의 관행을 버려야 한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들이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관광이 시민들을 먹여 살리는지 제대로 고민해봐야 한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과거에 한 정책들을 그대로 연장해서는 해답이 없다. 다른 도시들은 변화와 개선을 거듭하는데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제주도만 가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