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지난 일들을 후회할 때가 종종 있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은 일부터 사업을 하다 중요한 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해 번창할 기회를 놓친 것 까지 사람마다 각자 후회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쉬는 날에도 도서관을 찾아 고시 공부에 매진, 결국 꿈을 이룬 친구의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부럽게 보이며 종종 나는 그때 무엇을 했던가 하는 자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개인의 이런 후회와 달리 나라의 지도자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큰 실수를 저지르고 하는 후회는 차원이 다르다. 때에 따라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도 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릉전투`는 서기 221년 촉한의 황제 유비가 의형제인 관우와 장비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오나라를 치면서 시작된다. 유비는 형주를 지키던 관우가 오나라 군사에 패해 목숨을 잃자 분노를 이기지 못해 오나라 공격을 준비한다. 함께 전쟁 준비를 하던 장비마저 부하들 손에 무참히 살해되고 장비의 목마저 오나라에 건네지자 유비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마침내 제갈량을 성도에 머물게 하고 본인이 직접 수만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로 쳐들어간다. 전쟁은 장기전에 들어가고 원정군인 촉의 병사들은 여름이 되자 더위를 피해 숲으로 들어가 진을 친다. 촉군이 지치기를 기다리던 오나라 총대장 육손은 화공으로 단숨에 촉군을 거의 전멸시킨다. 망연자실한 유비는 병사들 대부분을 잃고 백제성으로 퇴각한다. 　전쟁의 패배로 병을 얻은 유비는 제갈량의 조언을 듣지 않은 데 대한 자책감과 슬픔, 허탈함이 겹쳐 성도로 돌아가지 않고 번민의 나날을 보낸다.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 결국 유비는 서기 223년, 제갈량에게 후사를 부탁하고 백제성에서 숨을 거둔다.  　`이릉 전투`의 대패 이후 촉한은 멸망할 때까지 형주로 다시는 세력을 뻗치지 못하고 263년 멸망한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유비가 그때 출전을 만류하는 제갈량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이후 위·촉·오 삼국의 형세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주 14일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정호성.이재만.안봉근씨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결심재판이 열렸다. 세 사람은 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으며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후회와 반성,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호성씨는 "지난 2년여 동안 일련의 많은 일을 겪으면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일들이 많았다"며 다른 행동을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만씨는 "제 잘못을 하루하루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안봉근씨 또한 "대통령을 모시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한 번의 잘못된 생각으로 모든 게 물거품 된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국민 여러분과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죄송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최순실의 국정개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징역33년이란 중형을 선고받고 지금 영어의 몸이 됐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세 사람은 이제야 법정에서 지난날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진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모시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그때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막기 위해 대통령에게 직언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세 사람은 물론 박 전 대통령까지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처지로 내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