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사람이 있으면 시야엔 우선 눈앞에 있는 나무가 보인다. 뿐만 아니라 숲이 짙을수록 그 숲속에 있는 사람의 시야는 더욱 좁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전체 숲을 보기 위해서는 숲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말인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람 역시 그 무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전체를 볼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가라는 거대한 공적 조직이나 사적 경제조직(기업)이나 그 외 크고 작은 어떤 단체든 간에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 중에 하나가,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측근들과 지지자들에서 벗어나 전체 무리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피라밋 모형을 들고 아래쪽에서 보면 정사각형만 보일 것이며, 정면에서 보면 삼각형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약간 틀어진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보면 비로소 온전한 형태의 피라밋이 들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피라밋의 바닥면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 모형이 정사각형이라 하는 것도 틀리지 않고, 또 정면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이 삼각형이라 하는 주장 역시 틀리지 않는다. 그처럼 세상 모든 일은 그 사람의 위치에서 그 사람의 관점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여러 개의 답이 나올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사이 혹은 집단과 집단사이 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상호간 입장이나 관점의 변화 없이 이루지는 토론은 항상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남북관계나 여야 정치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일로, 만나긴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회담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모든 진실은 정면에 있지 않으며 약간은 사선 구도에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면만을 고집한다. 그리고 절대 진리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옳은 말이 아니다. 절대 진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할 뿐이며, 진리는 주관(主觀) 속에 있지 않고 객관(客觀) 속에 있는 것인데, 아상집착(我相執着)이 사람들을 늘 주관 속에 가두어 두기 때문에 항상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때문에 어떤 집단의 리더는 그 구성원들 개개인의 주관 속에 매몰되어서는 아니 되고, 항상 대각선의 위치에서 객관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나무를 떠나 전체 숲을 살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윗동네나 아랫동네나 모두가 서로 정면만을 노려보고 있는 형국인데, 극렬지지나 극혐행위(極嫌行爲) 역시 모두가 편협한 시각에서 나오는 유치한 행동이다. 극혐행위가 오히려 그 대상을 부각시키고, 극렬지지가 도리어 피추종자(被追從者)를 망쳐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난 과거, 힘의 논리에 따라 진실이 얼마나,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 지에 대한 학습기억을 가지고 있지 아니 한가? 특정인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국인들을 마주 세우는 일이 있더라도, 국민들은 절대로 서로 마주 보아서는 안 될 것이며 조금은 비스듬히 살펴야 진실이 보이고, 목적한 사람들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요즘 무슨 ~빠 라는 말이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저속한 표현이다! 국민이 누구의 애완견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그런 저급한 단어를 쓸 수 있는가? 아무도 누구의 `빠`일 수는 없으며, 국민 모두가 주인임을 알아야 하고, 우리 모두가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줄 아는 이 시대의 리더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