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가운데 새김질하는 소·양·낙타 따위들이 소화 형태상 반추하는 특성을 가진 동물로 분류된다. 반추는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되새기는 짓을 가리킨다. 　문인들도 자기가 자작한 시문을 세상에 내 놓기 전에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는 일을 퇴고 또는 추고라 한다. 마치 사람이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나간 세월을 어떻게 살아 온 것인가를 반성하는 시간이 가까워지는 자성의 시간이다. 　연초가 되면 많은 결심 가운데 하나가 살아 온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각오로 일기장 하나 만드는 심사가 계획된다. 일기장은 단순한 계획표가 아니라 일정은 물론 감정과 생각을 쓰는 영혼의 거울이다.  　어려운 한문에 `승총(勝聰)은 불여둔필(不如屯筆)`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제 아무리 총기(기억)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비록 감각이 둔하지만 글로 적어두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말이다. 물론 일기장에는 하루 중에 있었던 일과 감상을 적은 글이지만 후에 다시 읽어보면 살아 온 역사의 불만이 드러난다. 잘 한 기록도 밝혀지지만 후회스런 일들도 자주 나타난다. 　일 잘하는 사람은 중요한 일부터 하고, 일 못하는 사람은 급한 일부터 한다는 교훈을 일기장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들 가슴마다 부르짓는 불평은 `사람 사는 구조`의 차이점이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며는, 풍족한 살림 인듯 한데 늘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가정도 흔히 눈에 띈다. 　국민생활에 커다란 걸림돌엔 모두가 겪는 사회적 병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공통된 관념으로, 정치는 혼란하고, 경제는 불황이며, 안보는 불안하고 치안은 소란스럽다고 한다. 한 세대를 함께 살아 온 우리의 책임은 없는가 세상이 왜 이렇게 험하고 요란한가. 나의 잘못은 없으며, 모든 결과의 탓은 전부가 `너의 탓`인가.  　취업이 부정(不正)으로 얼룩지고 가진 재산이 위태로워도 지도자의 면피성 공약은 언제나 무지개 속에 존재한다. 한 해를 살아 온 과거를 조용히 회한하고 자책하는 시간이 절요한 때다. 　반성은 자기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하여 잘못을 스스로 돌아보는 자성의 태도다. 회심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과격하고 치열할수록 밝은 미래를 소유할 수 있다. 　교육학자 브라우닝은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싸움을 시작한 자만이 가치 있는 인간이라"했다. 　한 번 청소했다고 방안이 언제나 깨끗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도 한 번 살피고,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서 그 훌륭한 마음씨가 평생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피하기보다는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인간 최고의 미덕(美德)이다.  　`법구경`에도 남의 잘못을 밝히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을 돌보아 법도에 맞나를 살펴보라. 　`논어`말씀에 도의에서 벗어나는 것과 학문을 게을리 하는 것과 정의를 듣고도 실행치 못하는 것과 착하지 아니함을 고치는 못하는 것이 항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라 했다. 　사람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비방하고 인격을 난도질한다. 참피언은 언제나 도전을 당하며 성자는 결코 거지를 씹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약자는 항상 우월한 자를 흉본다. 　각자의 개인은, 타인 속에 자기를 비추는 거울을 갖고 있다. 인간 가치의 미덕은 자기를 버리는데서 완성되므로 또한 영원한 명성이라 한다. 명성이란 말은 세상에 널리 퍼져 평판 높은 이름으로 인정받는 이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