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영역의 개념인 순혈주의(純血主義)는 개체(個體)의 번식이나 집단의 구성을 같은 혈통끼리만 하는 것이고 이는 동종교배(同種交配) 또는 동종번식(同種繁殖)을 통해 유지된다. 그 반대는 물론 혼혈주의(混血主義)가 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사회 조직의 형성이나유지에 있어서도 자의에 의하든 타의에 의하든 `순혈조직`(純血組織)이나 `혼혈조직`(混血組織)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개념상의 구분이고 현실적으로는 어떤 조직이 순전히 `순혈조직` 또는 `혼혈조직`으로 존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어느 쪽의 속성이 지배적이냐 하는 기준으로 특성 구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 속성을 가진 조직의 생명력이 더 강한가? 주로 논의되어 온 것은 `순혈조직`의 문제이다. 실제 공·사 부문에서 순혈 조직이 발견되곤 했다. 　동종번식은 우성인자(優性因子)를 보존·발전시키는 면이 있지만 근친결혼을 많이 한 동·서양 역대 왕조 가문 등에서 열성인자(劣性因子)가 발현되거나 기형아도 많이 출산되었다고 한다. 　또 그 동안 대학에서도 그 학교 출신 교수들만 채용할 때 학문의 다양성이 저해되고 대학 간 서열화를 고착시킨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예부터 다른 지방이나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폐쇄적 지방에 `순혈주의` 경향이 더 강했고 규율이 완고했으며 대체로 문명도 다소 낙후된 양상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사회조직에 있어서도 채용시험 등 입직통로가 같은 출신으로만 구성되거나 같은 전공, 같은 학교, 같은 지역 출신 등으로 주로 구성된다면 `순혈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학교 동문회나 같은 성(性)만으로 또는 종친회처럼 동일 성(姓)만으로 구성되는 조직은 그 자체가 조직의 목적에 해당되므로 별론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 `순혈조직`은 우생학(優生學) 차원에서 천재성과 같은 인자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획일성과 집단사고(集團思考)의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조직 응집력도 강할 것으로 보이나 자칫 폐쇄성을 띠기 쉬워 응집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환경 대응성이 떨어져 조직 차원의 `생명력`은 상당히 취약해 지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조직은 혼혈적일수록 좋고 생명력도 강한 것인가? 지나친 이종 혼합은 조직의 정체성과 개성을 손상하고 자존감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정책이나 사업의 연속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직의 혼혈성 즉 구성원의 다양성은 어느 정도가 좋은가? 입직(入職) 통로만을 보면 조직 하부를 이루는 기존 계층과 외부에서 새 바람으로 중층부에 입직하는 멤버 간의 전통적 최적 구성비는 대략 6대 4였다. 또 이들과는 다른 전문성·경력을 가진 경력채용(특채) 계층을 고려하면 6대 3대 1 또는 5.5대 3.5대 1의 구조가 적합하다. 　그 외에 전공·출신학교· 출신지역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하겠다. 이 중 전공은 조직별로 본래목적에 따라 어떤 분야에 다소 집중될 수는 있을 것이다. 사회 현상을 규명하고 행정을 지도하기 위한 이론 중 `신공공서비스` (NPS:New Public Service)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21세기 들어 종래의 경제적 효율성 위주의 행정을 비판하고 인간의 `가치`와 `민주성` 이념을 기본으로 대국민 `봉사`(service)에 역점을 두 며 다양한 사회주체와의 `담론`(discourse)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행정의 `다면적 책임성`을 강조한다. 또 이보다 약간 앞서 1990년대 이후 활발히 논의·사용되고 있으나 매우 다의적이어서 아직 개념에 대한 보편적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뉴거버넌스`(NG:New Governance) 이론이 있다. 　이 또한 민주성 가치를 바탕으로 하나 정부역할의 중점을 봉사보다는 `방향잡기`(steering)에 두고 사회 공동체는 정부·시장·시민사회가 `수평적 관계`에서 협력하는 `네트워크`(network) 체계라는 것이다. 이로써 행정의 `참여 협력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 두 이론에 의하면 우리사회는 `다양성`과 `협력적 관계`를 지향해 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각종 조직의 목적이나 형태도 세분화되고 유동성은 더 해 갈 것이다. 이런 환경에 부응하여 생명력을 잘 지속하려면 그 구성이 다양하고 혼혈적일 필요가 있다. 　모든 조직의 구성에 적용될 일률적 기준이란 없다. 다만 어떤 경우든 `순혈조직`은 안 된다는 점이다. 조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조직도 살아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비를 수시 점검하고 인사운용을 탄력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