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은 청에 포위된 인조와 신하들이 해결책을 놓고 벌이는 다툼을 그리고 있다.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론자인 이조 판서 최명길과 오랑캐인 청과의 화친은 없다며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주전론자인 예조판서 김상헌. 그리고 두 사람의 중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조가 영화의 표면적 주인공이다. 주화론의 핵심은 군사적으로 우위인 청과의 싸움은 이미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한다. 남한산성내 양식도 떨어지고 군사들의 사기도 하루가 다르게 저하되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월등히 우위인 청에 버티면 버틸수록 상황만 더욱 악화될 뿐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왕도 살고 백성도 살기 위해선 적에 항복하는 잠시의 치욕을 견뎌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주전론자측은 임진왜란때 명나라의 도움으로 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명을 버리고 오랑캐인 청에게 머리를 숙여 목숨을 구걸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다. 영화에서 주전론자인 김상헌은 임금의 명을 받아 비밀리에 격문을 바깥으로 내보내지만 포위된 임금을 도우려는 근왕병은 끝내 오지 않는다. 버티던 인조는 청이 홍이포로 성벽을 부수고 사다리를 타고 청 군사들이 넘어오자 최명길을 보내 항복한다. 삼전도에 나간 인조는 청 황제에게 삼배구고두례, 즉 3번 절하고 9번 이마를 땅에 닿게 하는 항복의 치욕을 감수하고 목숨을 건진다. 1636년 12월 발생한 병자호란은 이처럼 50여일만에 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고 자기나라로 돌아가던 청은 조선인 수만명(기록에 따라 수십만명)을 포로로 끌고 갔다고 한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등 두 번의 호란으로 인한 피해는 임진왜란에 버금갈 정도로 백성들이 입은 피해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영화 `남한산성`의 또 다른 주인공은 추위와 식량부족으로 손발이 동상에 걸리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성을 지키는 군인들과 이름 없는 백성들이다. 영화에서 영의정 김유는 임금에게 적의 방어가 허술하니 나가 싸울 것을 주장하여 군사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갔으나 적의 매복에 걸려 군사들을 잃고 만다. 그러나 그는 구원병을 보낼 것을 요구한 무신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이렇게 되었다며 애초 무리였던 싸움의 패배 책임을 무신들에게 돌려 애꿎은 장수만 참수된다. 한 명의 병사가 중요한 판에 군의 간부를 누명을 씌워 죽음으로 내모는 처사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대장장이 서날쇠는 구원병을 요청하는 격문을 들고 목숨을 건채 남한산성 밖 도원수를 찾아 갔지만 군의 간부가 아니라 대장장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목숨을 잃을 처지에 몰린다. 승산없는 싸움에 자신들의 목숨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관군은 격문을 못 받은 걸로 위장하기 위해 서날쇠를 없애려한다. 간신히 도망친 서날쇠는 예조판서 김상헌에게 "백성들은 싸움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철따라 농사를 지으며 평안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한차례 정묘호란을 겪은 백성들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임금과 양반들의 무능에 대한 불신과 원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은 보면서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을 떠올려 본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수사가 이어지면서 지난주 검찰수사를 받던 전 기무사령관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야권과 지난 정부 인사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정치보복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현 정부의 지지율도 하락추세다. 청년들의 취업은 갈수록 힘들고 자영업자들의 입에선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라는 말만 들린다. 주변의 강대국들은 여전히 한반도 문제가 각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처리되길 바라며 영향력 행사의 끈을 놓아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병자호란이 끝난지 40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남한산성의 치욕과 전란의 피해는 과거의 일 같지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통합과 국론 통일이 되어 있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 앞에 어느 민족이든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