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行事)가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두루 시작과 마침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행사가 있다. 행사는 본래 칭찬이란 것과 친한 영역이 아니어서 행사 후에 `아무 말 없으면 잘 된 것`이라는 말도 상식이다. 그만큼 어렵다. 　행사의 기본사항은 참석자의 `좌석 배치`이다. 예전에 시장·군수가 주빈인 행사장에서 지역 경찰서장이 자리 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행사 시작하기 전에 퇴장을 해 버린 일과 같은 유사한 사례는 오늘도 항상 발생할 수가 있다. 　근자에도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개막식장의 좌석배치에 대해 상당한 비판이 지역 언론에서조차 제기되는 일이 있었고, 주최 측의 인사말·축사 등에서 당해 지역 기관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았다고 그 주민들로부터 강한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좌석은 앉는 자리이며 `한자리`라는 말이 `중요한 또는 일정한 직위`를 의미하는 데서 보듯 행사에서의 `좌석 배치`는 곧 지위와 서열 매김의 표식(表式)이 된다. 이는 다름 아닌 공식 석상에서의 예우 문제로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경욕구(尊敬欲求)와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좌석 배치`를 너무 따진다고 권위주의나지나친 형식주의 등으로 매도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사회 기본질서에 관한 일종의 합의에 충실하려는 것이므로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긴요한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행사에 만능(萬能)으로 적용될 유일기준은 없으며 또 현장 사정에 따라 완벽한 자리 배치를 하기는 어렵다. 행사장의 물리적·환경적 구조, 주관·주최·참석자의 구성, 심지어 보도 장비의 초점(focus) 범위 등에 따라서도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 원칙은 맨 앞 그리고 관중에 대한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주빈(VIP)의 자리는 당연 제1열 한가운데이다. 만약 좌석이 짝수인 경우에는 맞은편에서 봤을 때 좌측 중앙 즉 앉는 자 편에서 보면 우측 중앙이 우선이다. 그리고 주빈 입장에서 볼 때 왼쪽이 오른쪽보다 우선이다. 배우자는 주빈의 왼쪽에 위치한다.  　과거 영의정 입장에서 왼쪽이 좌의정, 오른쪽이 우의정이었다. 경복궁 근정전에 가보면 왕좌에서 봤을 때 왼쪽이 동반 즉 문관, 오른쪽이 서반 즉 무관 자리이다.    　제1열이 우선이긴 하나 좌석 구조상 열 간격에 따라 달라진다. 즉 열간 거리가 짧은 경우 특히 방송을 타는 행사라면 카메라의 포커스 영역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제1열 좌·우 가장 자리와 제2열 가운데 자리 중 어느 것이 우선일까?  　보도 측의 소관이긴 하나 텔레비전에 얼굴 한번 안 비춰지는 좌석에 앉으면 아무리 제1열이라도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제2열 가운데가 앞줄 가장자리보다 더 선호될 수도 있으므로 도표만 보고 정하지 말고 현장에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행사에서는 반드시 행사장 구조와 좌석 배치를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 또 직위나 서열이 낮더라도 `주된 개최지` 기관장과 그 행사 내용의 주역에 해당되는 사람이나 그룹은 최대한 가운데로 위치시킬 필요가 있다.    　테이블에 앉을 때는 사각형이냐 원형이냐 타원형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일반적인 횡장방형의 경우 안쪽 가운데가 주빈석이고 마주보는 자리가 2번이며 주빈의 우측이 3번, 2번의 우측이 4번, 주빈의 좌측이 5번, 2번의 좌측이 6번 등으로 순서가 된다. 타원형인 경우도 이와 같으나 원형인 경우는 주빈 좌우부터 2번 3번이 배치되고 주빈 맞은편이 말석이 된다.    　다음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내빈·관중들 중 뿐만 아니라 그 행사에 기여한 사람이나 그룹을 거명(擧名)해주는 것이다. 인사말이나 축사 등에서 이들을 칭찬하는 것으로 이는 그 행사의 활력적 요소가 된다. 주의할 것은 누구 하나를 빼먹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해 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끝으로 방송을 타는 행사뿐만 아니라 기타 사정에 따라 좌석의 우선순위 판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그 지정에 대해 미리 간단히 당사자 측에 알려 앙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사회 `행사`는 인간 욕구들이 한 자리에 집약되어 서로의 지위와 서열·역할 등을 확인하고 시현하는 종합장이다. 모두가 욕구에서 초연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좌석배치는 항상 `현장`에서 확인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응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가능한 범위에서 이름 불러주고 칭찬해 주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