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하면서 이미 어렵게 예산이 확보된 수십억 원의 국도비 사업까지 마구잡이 `칼질`을 감행하면서 원칙도 기준도 없는 `무감각한 일률적 삭감 심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과 7일 각각 2019년도 문화관광사업 분야 200여 개 사업의 예산안 심사를 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사업들이 낭비성·선심성 예산이라는 명목 아래 무차별 삭감됐다.   시의회는 문화예술관광 분야에서만 71개 사업의 시 예산을 삭감했고, 특히 도비가 우선 확보된 58개 사업에까지 시 예산을 모조리 전액 삭감하는 등 시의 문화관광도시 사업추진 전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시의원들의 무감각한 삭감 단행은 어렵게 경주시와 지역 도의원이 마련한 국도비 사업까지 손을 뻗쳐 19억 원이 넘는 문화관광분야 예산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국도비 지원사업은 지자체가 대규모 사업을 펼칠 때 자체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 국가 예산을 지원받고 이에 따른 경상북도의 예산도 지원받아 시행한다.   이 경우에는 정부 담당 부처에서 치밀한 심사를 거쳐 사업의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인 경주시의 예산이 삭감될 경우, 추경예산의 확보가 어려우면 도의 예산과 정부 예산이 취소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도비를 확보했지만 경주시가 사업 추진 등의 어려움으로 반환하는 예산만 100억 원이 넘는다. 경주시가 공개한 2018년 제1차 추경예산안에서 국고보조금 반환은 약 75억 8300만 원, 시·도비보조금반환금이 약 44억 59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7년 1차 추경예산안을 확인한 결과 약 88억 3100만 원을 국고와 시·도로 반환했다.  집행부인 경주시가 문화사업 계획을 구상해 보고할 때마다 늘 "국도비 지원 없이 시비로만 사업을 하는 것은 시의 재정 부담이 크다"라고 난색했던 시의원들의 이중적 잣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하는 경주시가 문화예술사업이 부진할 경우 품격을 상실하게 될 것을 알아야 한다. 문화와 예술은 회임기가 긴 분야이다. 문화예술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을 낭비라고만 지적하는 시의원들의 `전형적인 근시안적 행태`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