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산길　그 등성이 나무숲 사이에서　나는 보았다　하얀 눈 위에 찍혀서 어디론가 길게 이어져 있는　산짐승들의 발자국들을　　적막한 밤　혼자 지향 없이 헤매다니던 쓸쓸한 시간들이　고달픈 자신의 온몸으로　이 지상에 찍어 놓은 무수한 도장을　그 애련의 흔적을 　 -이동순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세밑이라 마음이 더 바쁘고 불안하고 초조하다. 내 마음의 계산법으로는 벌써 올해는 갔다. 새해가 벌써 와서 시간의 끈을 서서히 풀고 있다. 　지나간 2018년을 돌아보는 지금, 나의 발자국은 어떻게 남았을까? 짐승들의 발자국처럼 어지럽지는 않았을까. 시간이 찍어놓은 나의 허전한 발자국들에게. 이룬 것 없이 지나간 나의 발자국들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시인은 눈 쌓인 산길에서 산짐승들의 발자국을 보고 있다. 나무숲의 사이로 하얀 눈 위에 찍혀서 어디론가 길게 이어져 있는 산짐승들의 발자국들 보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짐승들의 발자국에서 자신이 헤매다닌 발자국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이 찍어 놓은 시간의 발자국으로 보는 날카로운 인식을 보여준다. `짐승의 발자국`에서 `시간의 발자국`으로 상상력을 도약 시키고 있는 시인의 눈. 놀랍다. 　"적막한 밤에 지향없이 헤매다니던 쓸쓸한 시간들이 고달픈 자신의 온 몸으로 우리들 지상에 찍어 놓은 무수한 도장 같은!" "그 애련의 흔적"을 시인은 본다. 그렇다 인간의 흔적은 언제 어디서나 애련한 법이다. 　눈길에 찍힌 `발자국` 시를 보니까 갑자기 독립 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눈 길을 걸어 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 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정신이 번쩍 드는 말씀이다. 오늘 내가 길을 똑 바로 걷고는 있는 것일까 훗날 나의 후배들에게 올곧은 내 삶의 발자국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세상 사는 일, 그리울 것도 슬플 것도 없이 그냥 맹물처럼 흘러간다. 　저 알 수 없는 생의 바닥의 그 깊이! 누가 알랴. 날마다 열심히 걷고 책이나 읽으며 아름다운 생의 발자국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