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과 인명구조는 화재진압대원이 동시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다. 속전속결로 화재를 진압해도 사상자를 볼 때마다 맥이 빠지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임무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소방서 고산119안전센터 최건 소방장은 "저를 비롯한 모든 화재진압대원은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매년 화재진압대원들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생겨나는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소방장은 지난 2005년 10월 경남 창녕군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온 소방공무원이다. 대구에는 2008년 11월 전입해 구급대원, 행정직 등을 거쳐 지금은 화재 일선에서 활약하는 현장진압대원으로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 소방장에게 화재현장은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전장과도 같지만 두려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매번 수천도를 넘나드는 화마를 상대로 관창이라 부르는 소방호스를 들고 압력과 싸우며 진압에 나서기도 하지만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장에 뛰어들어 연기를 마시고 쓰러진 사람들을 들쳐매고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최 소방장은 "화재진압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건 당연하지만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창층(창문이 없는 층)에서는 더욱 그렇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모두 더딜 수밖에 없기에 붕괴 등의 두려움에 공포심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를 지난 2012년 8월 성서공단의 한 시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손꼽았다. 당시 대천119안전센터에서 근무했던 그는 화재진압요원으로 현장에서 불을 끄는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스티로폼 판넬로 지어진 탓에 화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수시간 동안 65m 소방호스를 붙잡고 강한 압력과 싸웠던 그는 결국 탈진해 쓰러졌다. 최 소방장은 "화재의 경중에 따라 사용되는 소방호스가 다르다. 보통은 45m짜리 소방호스를 사용하지만 대형화재에는 65m짜리의 소방호스를 사용하는데 이게 압력이 장난이 아니다"며 "소방호스를 여러 시간 붙잡고 있으면 탈진을 하게 되는데 때론 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물을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소방공무원이 그렇듯 그 역시 화재를 진압하고 복귀하는 매 순간마다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화재를 안전하게 진압한 것도 이유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동료들과 시민의 안전을 모두 지켜냈다는 소방공무원으로써 사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외상후스트레스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 소방장에 따르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소방공무원들은 화재 진압 중 생겨나는 불의의 사고도 사고지만 이에 따른 동료의 큰 부상이나 순직 등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외상후 스트레스를 갖는다. 처참한 사고 현장도 현장이지만 함께 웃으며 대화했던 동료였기에 이같은 소식은 감당할 수 없는 외상후 스트레스가 된다는게 최 소방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 조사결과에서 소방공무원이 일반 공무원보다 약50% 이상 외상후 스트레스를 갖는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아도 계속 생기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독일 탄광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광부들이 `살아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 화재진압대원들도 교대를 할 때마다 `긴 밤 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안전하게 근무하길 바란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우리가 갖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방공무원들이 평범한 삶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가족과 동료들 모두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화재 등 각종 사고로부터 안전한 대구가 될 수 있게 제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