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자 중부지방에 이어 남부지방에서도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김치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의 `삼국지`, `위지동이전` 고구려조로 `고구려인은 술빚기， 장담그기，젓갈 등의 발효음식을 매우 잘한다`고 씌어 있어 이 시기에 이미 저장발효식품을 생활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삼국사기`에는 신문왕이 683년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내린 폐백품목 가운데 간장， 된장， 젓갈류가 들어 있어 발효식품이 널리 퍼졌음을 알려준다. 　 김치류는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전래되어 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를 거치며 제조방법이 변천되어 왔다． 특히 만주 지역을 비롯한 한반도는 기나긴 겨울 동안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는 생존의 필수품인데 야채를 섭취하는 방법이 김치였다.  　한국의 김치는 채소의 절임과 담금에다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 고명과 젓갈을 혼합하고 맨드라미나 고추로 색깔까지 가미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자적인 식품으로 발전했다. 김치는 우리나라 특유의 채소발효식품으로 전 세계에 보급되고 있으며, 이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 독특한 문화는 지난 2013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최근 김장을 직접 하는 가구 수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면서 천일염 소비량과 가격도 덩달아 내려가고 있다. 전남 지역 천일염 ㎏당 산지 단가는 2014년 9월 280원에서 2015년 9월 215원, 2016년 9월 160원, 지난해 9월 127원 등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천일염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김치 수입량 증가와 김장 문화의 변화가 꼽혔다. 일반 가구에서 천일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는 김치를 담그는 때인데 김치·절임 배추의 수입량이 증가하는 만큼 천일염 국내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정려하고 있는 나트륨 적게 섭취하기 운동도 한몫하고 있다.  　이제 김치가 경제논리로만 다뤄지는 것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김장을 담그는 일을 시간 낭비로 여기는 풍토도 달라져야 한다. 김치 담그기에는 경제논리 못지않게 김장을 하면서 도란도란 이웃끼리 다지는 우의와 가족 간에 쌓이는 정, 즉 김장인심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무형의 유산이 괜히 된 것이 아닌 만큼 김치만큼은 특히 김장 김치 만큼은 가족끼리 둘러앉아 담가 보자. 볼과 이마에 고춧가루를 가득 무치고, 수육이라도 삶아 한 점하다보면 가족 간의 불화는 눈 녹듯 사라진지고 만다. 남정네들은 항아리를 묻을 구덩이를 파고 아낙네들은 속을 버무리다보면 괜히 김장이 세계문화 유산이 된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논설위원 김경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