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상주 시절, 어머니 돌아가시어 아직 안방 병풍뒤에 말없이 누워 계시는데 어찌 그리 배가 고프든지 이두박근 상두꾼들처럼 추운 봉당에 내려 앉아 "앗 추워! 앗 추워! 해 가며 털이 숭숭 돋은 비계를 시래기 국에 듬뿍 넣고 끓인 얼큰한 돼지고기 국밥말이를 게 눈감추듯 한 투가리 뚝딱 해치우고 싶었다　 - 이시영　 　며칠 전 서울에는 첫눈이 왔다. 소설小雪도 지났다 이제 2018년도도 달력 한 장을 달랑 남겨 놓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이 해도 벌써 다 저물었다. 추운 겨울, 역시 국밥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국밥에는 돼지국밥이 최고다.　돼지든 소든, 따로국밥이든 격식을 갖추고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 그런지 국밥이 정겹고 맛있는 계절이다 내가 잘 가는 돼지 국밥 단골집도 경주에는 시장 통쪽에 두 곳이나 있다. 　언제 가도 삶의 훈훈한 정이 넘쳐나는 서민식당! 아, 좋은곳이다. 국밥을 먹으며 옆 사람의 고달프고 따뜻한 인생사를 듣는 재미도 솔솔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돼지 국밥집에서는 마음의 벽이 쉬이 허물어진다. 　이 시에서의 어린 화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픈 날, 상두꾼들처럼 추위에 떨면서 "털이 숭숭 돋은 비계를 시래기 국에 듬뿍 넣고 끓인" 얼큰한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어머니 떠나가신 추운 겨울날, 허기진 배를 달랜다고 애를 쓴 어린 상주의 마음을 떠 올려 본다, 슬품과 허기 때문에 배 고픈 어린 상주! 그에게 시래기 국 듬뿍 넣고 끓인 얼큰한 돼지 국밥 한 그릇! 사 멕이고싶다. 이런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는 첫 눈 오는 날이면, 저녁 답엔 일부러 마음 맞는 친구와 아랫 시장 통돼지 국밥집을 찾는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저녁 답이면 더 좋다, 함박눈에 취해서 마시는 막걸리 맛은 환상적이다. 그런 날, 함박눈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 또한 삶의 소소한 즐거움, 혹은 삶의 기적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