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우리가 노동운동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주는 대로 받고, 무조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것으로 복종의 문화에 익숙하던 그 때 그 시절, 어떤 사람들처럼 팔자 좋은 관광여행은 아니었지만, 유럽의 프랑스 `낭트(Nantes)` 라는 도시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공교롭게도 내 눈에 들어온 낯선 풍경이 있었는데, 작업복을 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주변에 길게 도열되어 있는 버스 바퀴에 바람을 모두 빼고 있었던 것이다. 내 궁금증이 발동되어, 그 중 한 사람을 잡고, 왜 멀쩡한 자동차 바퀴의 바람을 모두 빼고 있는가? 라고 물었더니. 그 백인은 씨익 웃으며 `운수노조 동맹파업`중이라는 거였다. 　당시 나로서는 그 `동맹파업`이라는 용어조차도 조금은 생소했지만, 파업을 하면 했지, 왜 자동차 바퀴를 못 쓰게 만드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운수업 노동조합원들이 각자 차를 몰고 집결하기는 했는데, 일부 노조원들은 시민들의 발을 완전히 묶어버리는 데모는, 시민들의 반발이 염려됨으로 일부 차량은 운행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전면 파업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소위 강경파들이 온건파의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그들 차량의 타어어를 모두 펑크 내고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는 1980년 이전으로 거슬러 갈 수 있다. 1970년 초에 동대문 평화시장의 재단사였던 불과 22살의 열혈 청년 `전태일`이 노동자들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분신(焚身)한 일은 아직도 나의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은 사건이며, 그후 1980년 중반에 와서야 비로소 `구로동맹파업`이 본격적인 조직적 노동운동의 시발이 아니었던가로 나는 기억한다. 나 역시 때로는 `노(勞)`가 되고, 때로는 `사(使)`가 되면서 우리나라 노동 운동사를 지켜보아 온 사람이지만, 이제 노동운동의 방향도 좀 달라져야 할 때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즉, 노동계 내의 `빈익빈 부익부` 부터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불공정한 우리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기득권과 비기득권 문제 해결에 강한 설득력을 가지기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조합에조차 가입할 수 없는 영세한 기업 근로자들 그리고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에 장시간 근로를 강요당하는 노동 약자들에 대한 보살핌이 없이,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강경 일변도의 집단 이기주의적 노동운동은 없는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은, 누가 아무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들 이윤의 극대화가 기업 활동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고,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작금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무인 자동화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운 것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제1차 산업 혁명에서 제3차 산업혁명을 거쳐 왔지만, 노동계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내면서 지금까지 잘 버티어 오지 않았느냐고도 하는 데, 문제는 지금 불어 닥친 제4차 산업혁명은 과거와는 근본부터 그 양상이 전혀 다른 인류사회 초유의 충격적 변화라는 점에 대한 깊은 고찰(考察)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산업현장이 무인화(無人化) 된 다음에야 현재와 같은 노동운동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이제 노동운동은 노사(勞使)투쟁이 아니라 노사 구분이 없이 노동자들이 곧 기업의 주주가 되고 주인이 되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해야 할 것이며, 무노동 시대에 대비한 보편적 복지 실현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직 파업과 투쟁으로만 쟁취하려던 전통적 방식의 노동운동이 현재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는 듯이 보이기에, 이제 노동운동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전략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내 나름대로의 의문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