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 쯤 이면 여기저기서 배포된 내년도 달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달력이 넘쳐나기도 하고 경기가 어려울 때는 구경하기 힘든 때도 있다. 아마도 올 연말이 후자인 경우가 아닌가 한다. 　2019년도 달력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 인쇄업계에 따르면 해가 갈수록 달력 주문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경기침체로 주문량이 예년보다 30~40% 가량 줄었다고 한다. 실제로 예년 같으면 그래도 지역 유통업계에서 만큼은 고객용 달력을 만들어 배부하는 곳이 여러 곳 있었으나 올해는 그것마저도 드물다. 롯데백화점만 지역 VIP를 대상으로 약 500부 배부할 계획이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1만 부 제작했던 대구백화점 아예 달력을 제작하지 않는다. 동아백화점 역시 2010년 이후 선보이지 않고 있다. 　달력하면 미인들을 모델로 내세우는 주류회사를 떠올리게 된다. 금복주 역시 매년 10만 부를 제작하다 2017년부터 9만 부로 줄였다. 주류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세태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에는 거래처에 망치, 못 들고 다니면서 걸어줬는데 요즘은 업체들이 인테리어 등의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여전히 달력을 열심히 찍어 내는 곳도 있다. 금융권이 그곳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7만 부를 제작했다. 농협 경북본부는 57만3천부를 제작한다. 이는 지난해55만9천부 보다 오히려 약 2만 부 늘어난 수치다. 농협의 경우 농촌지역에서 여전히 수요가 많고 노인들에게는 글자가 크고 음력이 표기된 달력이 필수품으로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달력이 보기 힘들어진 것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데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안에 달력이 내장 돼 있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달력을 검색한다. 그만큼 달력을 찾는 사람이 적어지고, 달력 배포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튼 때가 되면 달력이 돌고 돈도 돌아야 한다. 새해가 내일 모레인데 달력조차 돌지 않아서는 뭐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치를 어떻게 하길래 달력조차 돌지 않느냐"는 핀잔을 들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도 달력을 못 봐 답답하고, 경제전망도 앞이 안보여 답답하다. 이래저래 답답한 연말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