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에서는 모든 인간을 유일신(唯一神)의 피조물로, 그리고 같은 조상의 후손들로 규정하면서도 특정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만의 선민의식(選民意識)에 의해 많은 갈등을 초래해왔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기에 민주주의 이념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들의 독점 사상이 아니며, 모든 국민이 함께 공유하고 누려야 할 보편적 이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라는 선민사상을 만들어 서로 갈등하는가? 동일한 종(種)의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타인을 지배할 수 없고, 타인으로부터 지배받지 않는다는 자각에서 태동된 사상이 민주주의 이념이 아닌가? 　즉, 모든 사람이 다 스스로의 주인일 뿐, 어느 누구도 나의 주인일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상의 본질이다. 따라서 보수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민주주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이고, 진보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지키고 발전시켜가야 할 가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라는 것일까?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아니라 모두가 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민주(民主)`의 의미를 이기심으로 왜곡하려는 고의(故意)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와 선민사상은 분명히 배치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나는 보수선민(保守選民)이든 진보선민(進步選民)이든 나만이 특별하다거나 우리만이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발상으로, 반드시 경계되어야 할 의식이라 생각하며, 타인과 내가 생긴 모습이 다르듯이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음이 진실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일은, 타당한 논리도 없이 억지를 부리면서 너와 나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라는 사람들이다. 가령, 너는 내 것을 빼앗을 수 없지만, 나는 너의 것을 빼앗아도 된다는 나의 생각이 너와 다름을 인정하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니까 청색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빨간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제는 빨간색을 청색이라 우기거나 청색을 홍색이라 우기는 것은 생각의 다름이 아니라 진실의 왜곡일 뿐이다. 매국(賣國)을 애국(愛國)이라 하지 말고, 불의를 정의라 하지 말라. 거짓을 진실이라 하지 말고, 진실을 거짓이라 하지 말라. 　사람에게 복종하도록 교육받은 견공(犬公)도 주인이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면 때로는 주인을 물어버린다. 하물며 뉘라서 사람에게 함부로 복종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런데, 사람들이 마땅히 순응해야 할 일과 저항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찬성해야 할 일과 반대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므로 긍정과 부정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무에게도 질문할 문제가 아니며 자신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사람이 가진 이성(理性)과 양심(良心)은 진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리를 자신의 이성 밖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대중을 기만하려는 선동가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모두가 생각이 다르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보수와 진보라는 두 줄로 국민들을 세워놓고 있지 않은가? 　아담(Adam)의 자손이라 하던 단군(檀君)의 자손이라 하던 우리는 동일한 인간 종이며, 민주주의라는 이념으로 세워진 같은 나라의 국민이다. 내가 믿는 종교는 예수교도 불교도 아니고, 진보도 보수도 아닌 민주교일 뿐이며 민주교의 교주는 내 자신이자 우리 모두라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 "민주주의. 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사상인가? 우리 모두 주인임을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