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숭혜전 전참봉을 역임할 때 당시 함께 봉직해했던 참봉 8명과 함께 대구광역시 하빈면 묘골에 있는 육신사를 찾아 알묘와 봉심을 하였다. 이 참봉들은 전직 서기관, 사무관, 병원장, 종친회장 등을 역임한 분으로 서로 마음과 뜻이 맞아서 진성으로 선왕을 숭모하고 전릉 향대제(享大祭)를 봉행하면서 절차탁마 하였던 사이였다. 만날 때마다 서원, 사당, 향교, 서원 및 전래의 종택 등 문화유산을 찾아 조상을 섬기는 것을 살펴보았다. 　금년 현충일에 만났을 때는 임진왜란에 나라를 위해 신명을 바친 충신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충렬사에 참배하고, 동래향교를 찾아 전교의 안내에 따라 알묘를 하였다. 　묘골은 순천박씨 박팽년선생의 후손 충정공파의 세거지로서 마을 가득한 고택와옥과 중수한 기와집이 묘골박씨 충정공파의 세가를 대변하는 듯 찬란하면서도 무척 조용하였다. 마을 후면에 자리 잡은 육신사는 애절한 사연과 역사의 한이 맺힌 사당이었다. 　증경 참봉들이라고 하니 사당을 개문하여 비록 구복색(具服色)은 아니었지만 양복 정장 차림으로도 알묘의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김정희 문화재해설사의 해박하고 유창한 설명을 들으니 육신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현장을 마치 보는 듯하였다.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탄로되어 1456년(세조2) 6월에 이른바 사육신으로 일컬어지는 여섯 충신과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죽임을 당할 때, 당시 박팽년 선생은 국문을 받은 후 옥중에서 졸하였고, 류성원은 자신의 집 사당에서 자결하였다. 사육신은 혹독한 고문을 당한 뒤 사지를 수레에 매달아 처참하게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처해 졌다고 한다. 　그러나 박팽년선생의 직계자손들이 멸족되 않고 지금까지 560년 동안 묘골에서 대를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선생의 둘째 며느리 성주이씨 부인의 유복자 때문이었다. 충신의 여인들이 노비로 보내질 때, 성주이씨 부인은 자신의 친정인 대구 관아의 노비로 보내졌다고 한다. 이 부인이 묘골 친정집에서 해산을 하던 날, 세조는 `아들이면 죽이고, 딸이면 노비로 만들라`는 엄명을 내렸던 것이다. 　이 때 친정집 여자 종이 낳은 딸과 서로 바꾸어서 화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박팽년의 손자는 `박비`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감추고 여종의 아들로 살아가게 되었다. 박비가 17세가 되던 해에 이모부 이극균이 경상도 관찰사로 도임하여 자수하라는 권유에 의해 자수를 했다고 한다. 　성종은 자수를 받아들여, 사육신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귀한 혈육이라는 뜻에서 일산이라 작명해 주었다고 한다. 박일산은 외가의 재산을 물려받아 99칸 종택을 짓고 묘골에 정착하였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에 `충효위인유적정화사업`이 진행될 때 이곳 묘골에도 육신사라는 사당이 건립되어 오늘날 까지 육신의 충절을 흠모하는 향화를 받들게 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고 박준규의 고향인 이곳 묘골은 한옥 와가가 즐비한 조용한 촌락이다. 골기와 장장마다 육신의 일편단심이 초겨울 햇볕에 빛나는 육신사는 가슴 아픈 역사를 묵언으로 전하고 있어서 뒤 돌아보고 나오려 하니 충신의 절의와 여종의 위주(爲主) 정신에 감복하여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역사에 남는 간신배가 되기보다는 의자왕 앞에서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잊지 않는다."는 유언을 남기고 처형된 백제의 충신 성충의 절의와 여종의 위주(爲主)정신이 이곳 묘골에서 새삼 떠오름은 어인 까닭일까! 　혹독한 고문으로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사육신의 단종을 잊지 못했던 충절이 일월과 같이 영원히 빛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