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역에서 출발하여 남쪽 동해바다를 끼고 포항까지 가는 완행열차가 동해남부선이다. 1918년 부산-경주선이 처음 개통 되었고, 1935년에 와서야 부산-포항을 잇는 철도선이 지금의 동해남부선 노선이다. 전장 148킬로이며, 이수(里數)로 400리 길이다. 　열차가 서는 곳마다 포구에서 생산되는 해산물과 지방 특산물들이 무더기로 올라온다. 특미의 수산물과 그리고 연선(선로변에 있는 곳)지방의 자원 수송을 목적으로 부설된 노선이다. 가는 지역마다 바다가 있어 그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기차여행의 묘미를 만끽 할 수 있다. 　1956년에 발표된 울주군 출신의 소설가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이 `문예지`에 등단했다. 소설의 무대 `일광`이라는 어촌이 세인의 관광지로 명승을 일으켰으며 1965년 김수용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가 한국영화 대종상과 아시아 영화제의 최고상으로 입상되었다. 　바다에 살다 바다에서 죽는 한 갯마을 여인의 원색적인 사랑을 통해 한국적인 소박한 리리시즘(서정주의 - 작품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준 작품으로 한국국민이 뽑은 10대 명화로 인기가 충천했다. 　고기잡이 나갔던 남편은 예고 없는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 비극의 산지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뱃사공이 실종되는 기인으로 유난히 과수댁이 많았던 어촌 마을이다. 남편을 잃고 허증에 빠진 혜순이는 상수라는 건달을 만나 재생의 길을 찾아 산골로 이주했지만 그 남자 또한 징용으로 끌려가서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혜순이는 종일 바다 생각뿐 이었고, 전 남편의 재삿날 갯마을을 찾는다. 그래도 그녀는 갯마을이 더 없이 좋았다. 비록 많은 타인의 구설수에 오르고, 비난의 시선이 못 견디게 마음을 갉았지만 혜순이는 전 남편과 함께 생활했던 바다가 그립고, 낡은 목선이 슬픔의 흔적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바다가 고향이고, 파도는 그녀의 호흡이며, 고깃배는 추억의 재산이다. 　고향에 대한 집념이란 인간에게는 숙명과 같은 그림움이다. 노예로 팔려가 모진 압박 속 에서도 고향을 그리는 `내 고향으로 날 보내줘`라는 흑인영가의 애절한 가사처럼 실향민의 아픔은 평생 가슴에 남는 상처인 것이다. 다시 못갈 고향이면서도, 역시 고향은 그들의 영원한 종교이다. 애향심이란 혼의 가장 순수한 부분이 미지의 세상을 향하여 부르짖는 성스러운 그리움이다.  　혜순이의 파란만장했던 과거의 불행도 `갯마을`은 모두를 용서하고 그녀를 보듬는 고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바다는 예전처럼 조용히 출렁이고, 고향의 추억은 언제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했다. 그 전설의 무대인 `일광`은 열차조차 뜸한 간이역으로 남았지만 찾는 이의 마음은 회한의 무대로 만남과 이별의 장소로 조명을 받는다. 　바다는 언제나 어머니의 가슴처럼 넉넉하다.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냇물이 강을 만들고, 그 강물은 모두가 바다로 흐른다. 그러나 바다는 넘치는 일이 없다. 　오늘도 동해남부선은 개통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 하루에 15차례 왕복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싣고 바다를 옆구리에 차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일 백년 동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