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독국의 토기압독국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토기이다. 압독국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의 기종을 살펴보면 굽다리접시(高杯), 긴목항아리(長頸壺), 굽다리긴목항아리(臺附長頸壺), 짧은목항아리(短頸壺), 큰항아리(大壺), 바리(軟質鉢), 뚜껑접시(軟質有蓋·) 등 신라양식 토기의 기종조합 구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굽다리접시의 경우 신라식 토기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상하엇갈림투창을 가진 대각과 뚜껑받이턱이 있는 뚜껑식 굽다리접시(有蓋式高杯)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임당유적 최고(最古)의 고총에 해당하는 G-5·6호 출토 토기의 경우 형식과 기종조합에서 신라와 가야양식이 명확히 구분되지 직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5세기 초에 해당하는 조영EⅢ-2호 부터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경산지역에 본격적인 `신라양식` 즉 `경주양식` 토기가 수용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매장 의례와 관련하여서는 토기의 기종조합은 장례에 사용하는 제기(祭器), 내세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부장된 생활용기, 피장자가 내세에서 먹을 음식을 담은 저장용기 등 다양한 용도의 `기물(器物) 표준 매뉴얼`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임당유적에서는 항아리 속에 생선뼈, 닭뼈, 동물뼈 등이 담긴 상태로 출토된 사례가 많다. 압독국의 무덤에서 출토된 토기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어려운 토기는 바로 큰항아리(大壺)이다. 큰항아리의 경우 높이가 1m가 넘으며, 무게는 50kg정도이다. 토기 가마에서 굽히기 전 흙으로 빚었을 때에는 훨씬 더 무거웠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크기의 토기를 만들 때에는 한번에 완성하지 못하고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제작한 후 접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큰항아리는 크기가 워낙 커서 온전한 상태로 발굴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그 용도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주로 물이나 술 등 액체를 보관하는 용도이거나 벼 낱알과 같은 곡식을 담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압독국의 이 많은 토기들은 어디에서 만들었을까? 임당유적에서 서쪽으로 4km 떨어진 대구 욱수동과 경산의 옥산동이 만나는 능선의 말단부에서는 압독국의 토기를 굽던 대규모 가마터가 발굴되었다. 이 가마터에서 발굴된 유물과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토기의 형태가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 욱수동·옥산동 유적은 압독국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토기를 전업적인 장인집단이 생산하여 공급하는 일종의 `토기산업단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가마터에서는 약 40여기의 토기 가마가 발굴되었으며, 토기 생산 조업기간은 대체로 4세기 후엽부터 6세기 초엽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으로 판단된다. 이 기간은 압독국의 고총이 조영되던 시기와 일치하며 분묘의 매장의례에서 많은 양의 토기를 부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압독국의 수장층은 토기 수요가 급증하자 계획적으로 시지지구에 토기생산을 위한 `산업단지`(토기 가마, 토기 제작공간, 도공들의 주거지 등)를 조성하고 토기생산과 유통에 깊이 관여하였을 것이다. 임당유적 고총에서만 출토되는 다투창고배, 말그림이 그려진 토기, 유개대부완 등 고급의 토기는 독점적으로 수장층이 주문 생산한 토기들이다. 압독국의 토기는 경주를 중심으로 대구, 성주, 창녕, 의성 등 당시 신라의 영토에 포함된 지역의 소위 `신라토기`라는 큰 틀에 포함된다. 그래서 지역마다 그 지역 고유의 색깔은 있지만 토기의 모양(器形)이나 종류(器種)가 비슷했다. 그러나 압독국 장인들만의 고유한 지역의 색채를 가진 토기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힘차게 목을 길게 뽑아 올린 굽다리긴목항아리(臺附長頸壺), 도공의 물레질 흔적이 접시 내면에 고스란히 담긴 굽다리접시(高杯), 차나 술을 마실 때 적당했을 것 같은 작은 굽다리잔(臺附·) 등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압독국만의 토기이다. 　■ 압독국의 음식내세사상에 따라 압독국의 최고 지배자는 죽은 후에도 귀하고 평소에 즐겨먹던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염원했다. 그래서 부곽에는 내세에서 먹을 많은 양의 음식과 식재료가 함께 부장되었다. 많은 수의 항아리를 감안할 때 곡식, 과일, 고기, 생선, 나물, 술 등이 가득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대부분이 부식되어 정확한 실체는 알 수 없다. 다행히도 일부의 유기물이 확인되어 압독국 최고지배자를 위한 밥상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주식인 쌀은 여러 유물에 고착되어 있는 볍씨를 통해 확인된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조개, 생선뼈, 조류뼈이다. 생선뼈 중에는 바다에서 나는 상어, 방어, 복어 등이 있으며, 민물고기인 잉어의 뼈도 출토되었다. 특히 복어뼈는 딸린덧널의 순장자 인골 아래에서 확인되어 순장의례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있어 흥미롭다. 조개는 두드럭 고둥, 맵사리, 눈알고둥, 밤고둥, 흰삿갓조개, 좁쌀무의고둥, 피뿔고둥, 전복, 대복, 백합, 큰집가리비 등 다양한 종이 출토되었다. 조류의 경우 꿩, 두루미, 기러기뼈 등이 출토되었다. 특히 조영EⅢ-2의 경우 하나의 항아리에서 머리, 목, 날개, 발을 제거하고 다듬은 꿩 70마리 개체가 확인되어 주목된다. 반면 두루미와 기러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개체가 출토되었다. 압독국 사람들은 꿩을 최고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즐겨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내륙지방인 경산에서 많은 양의 바다 생선과 조개를 무덤 속에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은 지배자인 간(干)의 특권이었다. 또 이를 통해 해안지역과 내륙지역간의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는 증거이다. 　■ 압독국의 순장(殉葬)풍습압독국에는 최고 지배자들이 죽으면 생전에 부리던 사람이나 노예를 죽여서 함께 매장하는 풍속이 있었다. 이러한 풍습을 순장(殉葬)이라 하는데,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등 인류의 문명발생지에서는 보편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신석기시대에 해당하는 앙소문화(仰韶文化) 만기인 기원전 3000년경에 나타나 청나라가 끝날 때 까지 거의 5000년 동안 지속되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나 백제의 무덤에서는 보이지 않고, 신라나 가야영역에서 4세기 경부터 6세기 전반까지만 확인된다. 순장이 사라진 것은 『삼국사기』신라본기 지증마립간 3년(502년)조에 "영(令)을 내려 순장을 금하였다. 전에는 국왕이 돌아가면 남녀 각 다섯 명씩을 순장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금지하게 하였다" 라는 기록이 있어 알 수 있다. 순장자의 성별은 남자와 여자가 모두 있고, 나이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하다. 그런데 주인공이 묻히는 으뜸덧널에는 어린아이나 청소년이 많고, 딸린덧널에는 성인 순장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압독국의 순장자는 으뜸덧널에 2명, 딸린덧널에 2명이 보통이지만, 많게는 모두 8명이 하나의 무덤에 순장된 경우도 있다. 조영EⅢ-2호분에서는 으뜸덧널에 2명, 딸린덧널에 2명 등 모두 4명의 순장인골이 확인되었다. 으뜸덧널의 경우 도굴되어 정확한 출토맥락을 확인하기 어려우나 주피장자와 머리방향을 반대로 했음은 확실한 것 같다. 2명 중 한 명은 8세 전후의 어린이로 판명되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30세 전후의 여성으로 추정된다. 딸린덧널에서는 덧널의 가운데 부분에 2명의 순장자가 나란하게 순장되었는데 인골의 출토상태로 봐서 죽여서 매장한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은 청년기(25~35세)의 여성으로 추정되고, 다른 한 명은 20세 전후의 남성으로 판명되었다. 주목되는 점은 딸린덧널 순장자의 인골 아래에서 복어의 뼈가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의 순장 풍속과 관련하여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밝힐 수 있는 자료로서 흥미로운 부분이다.순장의 풍속은 최고 권력자가 죽은 후에도 생전과 같이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데려간 것으로, 고대사회의 내세관(來世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경산 임당유적의 많은 고분에서는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뼈가 출토되었다. 1600년이나 지난 뼈가 현대의 과학기술로 인해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과거에는 인골을 이용해 성별, 나이 정도를 파악하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고고학·생물학·유전학·해부학·체질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간의 공동작업으로 혈연관계, 생전에 먹었던 음식의 종류 등 훨씬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경남 창녕 송현동 고분군에서 확인된 인골의 경우 학제 간 융합연구를 통해 1500년 전의 모습으로 복원한 사례로 있었다. 압독국은 경산에 위치했던 고대국가였음이 문헌자료나 고고학적 성과로 볼 때 명확하게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압독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자원은 그 어느 지역보다 잠재적 가치가 뛰어나다. 고분, 마을, 저습지, 환호, 토성 등 다양한 그들이 남긴 유적과 토기, 금공품, 철기, 목기, 골기(骨器), 인골자료, 유기물 자료 등 다종다양한 유물과 자료 2만여점이 출토되었다. 이를 통해 압독국의 영역, 규모, 묘제의 변천, 종교, 순장풍속, 친족체계와 사회구조, 음식문화 등 신라의 지방사회의 전모를 밝히는데 중요한 열쇠를 간직한 우리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중요한 유적이라 할 수 있다. 압독국만이 가진 이러한 문화자원은 그 잠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아직 유물이나 인골자료 등 발굴 자료를 이용해 심층적으로 연구되어야할 분야도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발굴된 자료를 이용한 고고, 역사, 체질인류학, 보존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압독국의 문화자원은 연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활용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역사의 공간으로 재창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