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독국 최고 지배의 무덤·고총(高塚)압독국의 중심 읍락이었던 임당유적에서 발굴된 고분의 수는 1600여기에 달한다. 그 중에서 고총(高塚)이라 불리는 4세기 중엽에서 6세기 전반에 걸쳐 축조된 최고 지배자의 무덤은 30여기 정도이다. 이 고총들은 일반인들의 무덤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무덤의 입지도 구릉의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러 무덤이 서로 연결되어 축조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크고 웅장해 보인다. 그래서 당시 압독국 사람들은 마을의 어느 곳이든, 농사일을 하는 들판에서도 이 큰 무덤들을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도적으로 기획된 경관(景觀)은 압독국의 최고 지배자들이 거대한 무덤의 축조를 통해 그들의 신분과 권위를 표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압독국 최고 지배자 무덤의 묘제는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墓), 덧널무덤(岩壙木槨墓), 돌덧널무덤(石槨墓), 돌방무덤(石室墓) 등이 있다. 이런 무덤들은 피장자와 피장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위세품, 장례의례와 관련된 유물 등이 부장되는 으뜸덧널(主槨)과 내세에서 사용할 많은 생활용 유물이 주로 묻히는 딸린덧널(副槨)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많다. 봉분은 흙과 작은 돌을 섞어 쌓아올렸는데, 모두 반구형(半球形)이다. 압독국 고총의 특징 중 하나는 최고 지배자가 죽은 후 부인이나 자녀가 죽어 무덤을 만들 때는 먼저 축조된 무덤의 봉분을 일부 제거하고 무덤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개의 봉분이 서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표형분(瓢刑墳) 또는 연접분(連接墳)이라고 한다. 경주의 황남대총도 부부의 무덤이 붙어있는 표형분의 형태이다. 이는 최고 지배자 집단의 일종의 가족묘로 그들의 독보적인 권위와 영역을 무덤공간에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압독국 지배자들의 화려한 유물압독국의 최고 권력자들은 금, 금동, 은, 유리 등 매우 진귀한 재료로 만든 관(冠), 목걸이, 귀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신발, 큰칼(大刀), 말갖춤 등을 소유하였다. 이런 물건들은 지배자의 힘과 신분을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해서 `위세품(prestige goods)` 혹은 `위신제`라고 하며, 일반 사람들은 가질 수 없었다. 이러한 위세품들은 경주의 신라 왕실에서 자신들의 영토에 편입된 압독지역의 수장층에게 나누어 준(賜與) 것으로 보인다. 압독지역의 수장층들도 경쟁적으로 이러한 위세품들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위세품을 소유할수록 지역사회에서 그들의 위상이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위세품을 소유한 압독국의 수장층은 든든한 신라 왕실의 후원을 받고 있음을 지역민들에게 드러냄으로써 지역을 자치적으로 다스릴 수 있었다. 　 ▲ 금동관(金銅冠)금속제 장신구 중 가장 상징적인 유물이면서 대표적인 것은 머리에 쓰는 관(冠)이라 할 수 있다. 관은 무덤의 주인공이 평소에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무덤에서 머리 부분이 아닌 목 아래 부분에서 출토되는 사례가 있어 장례용으로 부장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관은 모양에 따라 대관(臺冠)과 모관(帽冠)으로 구분된다. 대관은 둥근 관테(臺輪)에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의 세움장식(立飾)이 세워져 있는 모양이고, 모관은 고깔모양의 관과 새의 날개모양의 장식이 세트로 이루어 진 관이다. 신라영역에서 출토된 대관 중 금관(金冠)은 경주에서 출토된 단 6점밖에 없으며, 대부분은 청동에 금을 도금한 금동관이다. 압독국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임당유적과 대구 노변동·가천동 고분군에서는 모두 25점 정도가 출토되었는데, 이 수는 지금까지 발굴된 신라의 지방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임당유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수의 고분이 발굴된 것도 원인이겠지만 출토된 금동관의 형식과 제작기법에서 가장 신라의 것과 닮아 있다. 이를테면 금동관의 관테부분에 축조기법(蹴彫技法)으로 점열문(點列文)과 물결무늬(波狀文)를 새긴 방법이나, 3개의 세움장식이 한자의 날 출(出)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신라의 대관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압독국의 금동관이 신라의 것과 닮아있고, 상대적으로 많은 수가 출토된 사실은 압독국이 그만큼 신라 중앙과 매우 밀접하게 상호작용했음을 대변해 주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즉 신라는 지방의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위세품인 금동관을 하사함으로써 지역 수장층들에게 신속(臣屬)의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지방의 수장층 입장에서 보면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신라 지배층의 상징물인 금동관을 가능한 많이 획득할 필요가 있었다. 경산지역의 경우 복수의 간(干)이 최소한 조영동 집단과 임당동 집단에 각각 존재했음이 인정된다. 두 집단의 지배층들은 때로는 압독지역에서 주도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각 집단의 지배층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신라의 위세품을 획득하기 위해 신라 중앙과 매우 활발한 상호작용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무덤에서 복수의 금동관이 출토된다든지, 어린아이의 무덤에서도 금동관이 출토되는 것은 이러한 경쟁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 허리띠장식(帶金具)허리띠장식은 금관·금동관, 관모·관식 등과 함께 신라의 왕실이나 지방의 지배층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진귀한 물건(威勢品)이었다. 그래서 신라의 허리띠꾸미개는 경주를 비롯하여 경산, 대구, 의성, 성주, 창녕, 양산 등 고총이 축조되는 지방의 중심지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다. 경주의 황남대총 남분과 북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에서 출토된 6점은 금으로 제작되었으며, 나머지는 은이나 금동으로 만들어졌다. 고분에서 출토되는 허리띠꾸미개는 사실 가죽이나 비단 등 유기물로 만든 허리띠를 화려하게 꾸미던 장식인데, 유기물은 썩어 없어지고 금속으로 만든 장식부분만 남아 무덤에서 출토된다. 압독국에서 출토된 여러 점의 허리띠꾸미개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뒷면에 삼베(麻)와 비단(絹)이 고착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볼 때 비교적 거칠고 두꺼운 마를 여러 겹 붙이고 그 위에 고급 비단을 얹은 다음, 허리띠꾸미개의 사각형 띠꾸미개를 붙여 만든 허리띠로 추정할 수 있다. 압독국의 초기 고총에 해당하는 경산 조영EⅢ-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제 허리띠꾸미개는 고분의 축조연대가 5세기 초로 편년되고 있어 신라영역에서 출토된 허리띠 중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띠꾸미개(·板)의 크기가 다른 것에 비해 작고, 사각형의 띠꾸미개에 새긴 문양도 좌우 대칭으로 한 개씩만 뚫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양을 가진 허리띠꾸미개는 중국 동북지방 삼연(三燕)문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장식용 말갖춤(裝飾馬具)고대사회에서 말(馬)은 최고 지배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말을 타거나 치장하기 위해 필요한 말갖춤(馬具)도 화려한 금이나 금동, 은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임당동과 조영동의 고총에서는 금동과 은으로 만든 말안장(鞍橋)이 여러 점 출토되었으며, 말의 등에 달아 장식하는 말띠드리개(杏葉)와 말띠꾸미개(雲珠)도 금동과 은을 사용해 제작한 것들이 많이 출토되었다. 특히 조영EⅢ-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제 말안장가리개의 좌목선금구(座木先金具)에는 금동관의 관테(臺輪)에서 볼 수 있는 축조기법(蹴彫技法)을 이용해 문양을 새길 정도로 말갖춤이 장식적이고 위세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유물임을 알 수 있다. 　말갖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말안장은 말을 타는 사람이 균형을 잡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말안장은 전체적으로 나무로 만든 후 가장자리와 안장을 장식하는 부분은 금속재질로 구성된다. 따라서 고분에서는 나무로 만든 부분은 썩어 없어지고 금속재질의 부속구만 출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산 조영EⅡ-1호분에서는 나무로 만든 말안장 일부가 출토되었다. 남아있는 부분은 말안장의 앞과 뒤에 하나씩 있는 말안장가리개의 일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황남대총, 창녕 송현동 7호분 등 극히 소수의 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는 희귀한 자료이다. 　조영EⅡ-1호에서 출토된 말안장가리개의 경우 과학적인 수종분석을 통해 잣나무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황남대총 출토 말안장도 소나무류와 잣나무류 등이 사용되었다는 분석결과가 있어 흥미롭다. 또 잣나무로 만든 말안장가리개와 별개로 또 다른 목재편도 확인되었는데, 분석 결과 느티나무류로 식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