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포로인 강항(姜沆)의 충성심-②　신유한은 `지금의 일본은 옛날의 왜로서 그 칭호를 가진지 이미 오래인데 그대가 무슨 유감이 있는가` 하니 아메노모리는 `당사(唐史)에 이미 왜가 국호를 고쳐 일본이라 하였으니, 바라건데 하인들에게 일본 사람이라 부르게 해 달라`고 하였다.  　신유한은 일본 사람들은 우리를 당인(唐人)이라 부르고, 조선 사람의 필첩을 당인의 필첩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고 하니, 아메노모리는 겸연쩍어 하면서 국가의 영으로 객인(客人)또는 조선인이라고 부르도록 되어 있으나, 민속이 옛부터 조선 문물이 중화와 같기 때문에 당인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였다. 　관례의 의해 귀국하는 사절들을 대접하기 위해 오사카에 있는 다이부츠지(大佛寺)에서 잔치를 베풀기로 되어있다. 내일 아침에 왕림해 달라는 간청에 사신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듣건데 다이부츠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원당(願堂)이라고 들었다. 이놈은 우리와 하늘을 같이 할 수 없는 데, 하물며 그 곳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겠는가며 사절했다. 　이렇게 되자 아메노모리등 여러 관리들은 원당의 설은 일본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한 근거 없는 말이다면서 마침 그 절에 있는 `일본연대기`한 권을 가져와 그 절의 중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관백이 된 해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신들이 잠시 들려 대접을 받는것도 사리에는 무방하다. 이 절의 행랑이 33간이고, 3만 3천 333개의 부처가 안좌돼 있다. 음식은 푸짐하고 정갈하다. 오사카에는 서적이 많은 것이 천하의 장관이다. 　에도 체류 20일 동안 제반 의식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사카의 혼간지(本願寺)에 유숙(1764년4월7일)하게 되었다. 이날 밤 한 밤중에 도훈도 최천종(崔天宗)이 대마도 통역관 스즈키 덴죠(鈴木傳藏·30세)에게 피살되고, 범인은 11일 만에 체포되어 5월 3일에 처형되었다. 잘린 머리를 두고 칼을 꽂아 효수로 조선에 가져가겠다는 사절들의 완고한 주장과 일본측의 거절이 첨예하게 대립되자 조선 조정에 보고되어, 그 `왜놈의 죽은 대가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귀국을 서둘라는 분부가 내렸다. 이 사건 후로는 사절들은 일체 글을 써주지 않았다.  　혼간지에서 최천종은 면경(거울)을 잃어버리고 스즈키를 보고 "이 방에 외인 출입은 너 밖에 없는데, 거울을 훔쳐가지 않았느냐"고 의심겨워 말하고는 "왜인들은 어찌 그리 도둑이 많으냐"고 나무랐다. 그러자 그는 "조선 사람 중에도 도둑은 있다"고 하자 최천종은 말채를 들고 후려 갈겼드니 도망가고 말았다. 그날 밤 그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같은 사절단의 소동(小童) 김한중(22세)이 오사카에서 병이 나, 의사의 치료와 지쿠린지(竹林寺)주지의 염불을 백만 번이나 올리고,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의 그리움을 달래고자 같은 또래의 일본 아이들을 데려와 위안시켰으나 간병의 보람없이 타계했다. 그는 세상을 하직할 때 오언절구의 사세(辭世)시를 남겼다.  　금년 봄에 왜국 땅에 와 있구나 / 지난 해에는 조선 땅에 있었는데 / 뜬 세상 어찌 다시 만남을 정하리오 / 고국에 돌아가 봄을 맞이 할 수 있을런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