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은 특별하게 내세울 콘텐츠가 없다. 올드타운의 중심거리인 시사방봉 스트리트와 사카린 로드의 좌우로 펼쳐지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목조건물들과 불교사원, 왕궁과 국립박물관 그리고 올드타운을 휩싸고 흐르는 메콩강과 칸강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시사철, 하루종일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고 여행자의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그들이 떨구고 가는 달러는 이 지역의 주민들이 먹고 살아가기에 요족하다. 여행자들은 이 도시에 도착하면 골목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고 최소한 2~3일을 머물면서 밥을 먹고 물건을 산다. 　그런데 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루앙프라방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그것은 일부러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시가지의 모습과 그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문화, 소중하게 보존하고 있는 저통 불교의 흔적 등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루앙프라방에 가본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소박하지만 어느 도시와도 견줄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도시로 그 도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루앙프라방에 머무는 여행자들의 하루를 추적해 보면 대개 비슷하다. 이른 새벽 숙소에서 나와 해가 뜨기 전에 사카린 로드로 향한다. 그것은 바로 남방불교의 전통 탁발 의식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루앙프라방의 승려들은 새벽 5시쯤 맨발로 바루를 매고 길거리로 나서 탁발을 한다. 탁발은 유일하게 라오스만 가진 종교 관습은 아니다. 동남아시아 어디를 가도 새벽녘 승려들의 탁발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라오스는 그것을 관광자원으로 정착시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탁발을 보고 나서 국립박물관 뒤쪽으로 뻗어있는 좁은 골목에서 펼쳐지는 아침 시장으로 향한다. 그 시장은 수십 년, 수백 년동안 라오스 국민들의 삶이 그대로 이어진 전통 재래시장이다. 라오스는 아직 냉동시설이 발달되지 않아 하루의 식재료를 아침에 사서 그날 모두 소비한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아침 시장은 성업을 이루고 그 시장에서 거래되는 식재료는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 중의 하나다. 그곳에 가면 라오스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는 모든 먹을거리를 볼 수 있고 약 500 미터에 이르는 좁은 골목길에 펼쳐진 노천시장의 아름다운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여행자들은 간단한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을 여행한다. 거기에는 조형적으로 거의 완벽하다고 격찬을 받는 왓 시엥통이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불교사찰이 있고 초라하지만 소박한 박물관과 주민들의 주거지가 조화롭게 섞여 있다. 라오스의 전통문화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배치된 올드타운은 아무런 꾸밈도 없고 인공적인 간섭을 하지 않아 여행객들은 마치 중세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인 메콩강변을 따라 호젓하게 걷는다. 메콩강은 유유하게 흐르고 그 강을 따라 레스토랑과 카페, 마사지숍, 숙소들이 요란스럽지 않게 정돈돼 있다. 여행자들은 메콩강이 주는 자연의 선물과 주민들이 여행자들을 위해 차려놓은 콘텐츠를 즐기며 평화롭게 여행한다. 　해가 질 무렵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푸시산으로 올라간다. 산이라고 해봐야 작은 동산에 불과하지만 그 산의 정상에 올라가면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메콩강 너머로 펼쳐지는 장엄한 일몰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해가 저물면 푸시산 아래로 펼쳐지는 야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야시장에는 소수민족이 만든 수공예품이 가득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념품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루앙프라방은 하루종일 분주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관광도시로 자리잡았다. 여행자들은 2~3일 이 도시에 머물며 도시 외곽의 꽝시폭포를 방문하거나 무동력선을 타고 메콩강의 물줄기에 느릿느릿 몸을 맡기기도 한다. 참 부러운 도시다. 　경주는 이 도시보다 훨씬 더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그 도시의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최근의 여행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안목이 문제고 자꾸 뭔가를 덧대려고 하는 과잉 의욕이 문제다. 경주의 관광정책 입안자들에게 권유한다. 잠시라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가서 그들이 어떻게 관광 천국을 만들었는지 제발 깊이 있게 바라봐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