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하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선 김 대변인은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확인했다는 CSIS의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변인은 "CSIS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이지만 한·미 당국은 군사용 위성으로 훨씬 더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던 것"이라며 "정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1000기 넘게 확보하고 있다`고 공개했는데, 이 1000기에는 삭간몰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다음 워딩이 문제였다. 그는 이어 "기사 내용 중에 `기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것이 의무조항인 어떤 협상도,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 이걸 기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 순간 김대변인의 브리핑을 듣고 있던 대부분의 기자들과 방송으로 지켜본 국민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청와대 대변인의 멘트인지 조선중앙방송TV 아나운서의 멘트인지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CSIS의 발표에 미국 정가는 발칵 뒤집어졌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CSIS 보고서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 우리는 북한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열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도 `기만`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심각하게 다뤘다. 언론보도의 요체는 "미국이 속고 있다" 였으며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긴 했어도 핵 시설은 절대 해체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근거"라고도 했다. 반면 단거리 미사일의 표적이자 지근거리에 있는 청와대는 한마디로 `별일 아니다`는 반응이다. 　최근 불고 있는 남북한 사이의 훈풍을 이어가고 대화의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국가 안보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이런 상황에 이런 워딩을 날리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언제부터 청와대 대변인이 북한 당국의 변호인 노릇까지 하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 입에서.  논설위원 김경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