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소방서 구급대 채병주 소방위는 구급대원으로써 10여년 가까이 운전대를 놓치 않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지난 2002년 9월 대구 중부소방서 남산119안전센터를 시작으로 소방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는 채 소방위는 언제나 가슴 한 켠에 시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생각일 되뇌이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응급구조사라고 불리는 구급대원은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상담·구조 및 이송업무를 수행한다. 1급응급구조사와 2급응급구조사로 나뉘며,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의사·간호사)과 함께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구급대원은 시민의 생명에 촌각을 다투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자들로부터 빈번히 있는 욕설과 폭행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심지어 폭행에 따른 구급대원의 순직까지 생겨나면서 이들을 지킬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법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경남 진주시에선 구조활동을 벌이던 구급대원 2명이 취객으로 폭행을 당했다. 만취 상태였던 취객은 구급대원의 뺨을 수차례 가격하고 발로 정강이를 치는 등 난동을 피웠다. 그렇다고 취객을 외면할 수 없었던 구급대원들은 끝까지 병원으로까지 이송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멱살을 잡혀 목걸이가 파손되는 등의 폭행을 당해야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응급처치하던 구급대원의 얼굴을 수건으로 때리고 발로 아랫배를 걷어차는 등 난동을 피운 것. 더욱이 전북 익산소방서에선 고 강연희 소방경(당시 소방위)이 한 취객으로부터 머리를 주먹으로 여러차례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채 소방위도 마찬가지다. 구급대원으로 취객을 병원으로 이송할 때마다 욕설은 기본, 폭력까지 행사에 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해야만 했다. 채 소방위는 특히 달서소방서 죽전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할 당시를 제일 힘든 시기로 손꼽았다. 채 소방위에 따르면 유흥가 밀집지역인 죽전119안전센터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하루 평균 취객으로부터 걸려오는 신고건수는 5~6건에 달한다. 취객들 대부분은 병원으로 이송하는 내내 채 소방위에게 욕설을 했고 어떤 경우는 기분이 나쁘다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채 소방위는 "술집을 끼고 있는 대부분의 119안전센터는 취객들로부터 상당한 고충을 받는다"면서 "길바닥에 누워 있는 취객을 구급차에 태우면 욕설은 기본이고 일부 취객은 주먹질을 하려고까지 한다. 이런 경우가 흔하다보니 이제 욕설에 대해선 만성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구급차의 운전대를 놓을 수 없다는 채 소방위. 그의 그런 강한 고집은 1분 1초가 시급한 심정지 환자를 무사히 구조한데서부터 비롯됐다. 근무지에서 600여m 떨어져 있는 복합상가에서 한 시민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았던 그는 급히 구급차를 몰아 2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이어 자동제세동기를 통해 응급환자의 심장을 돌아오게 했다.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또다시 심장이 멎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그는 식은땀이 흥건한 손으로 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던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채 소방위는 자동제세동기로 응급환자를 살려 처음으로 하트세이버를 받았다. 채 소방위는 "심장마비는 몇 분 내로 죽을 수 있는 환자기에 그만큼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며 "자동제세동기의 교육을 수차례 받았지만 사용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를 생각할 때마다 구급대원으로써 자부심을 느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채 소방위는 이어 "아직까지 구급대원의 근무여건은 많이 힘들다. 참혹한 광경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시민과 직접 맞닿는 대민업무기에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저를 비롯한 모든 구급대원들이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는데 긍지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시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 위치에서 더욱 솔선수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