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를 활보하는 일부 화물차에서 뒷부분의 차량 번호판을 고의적으로 가리거나 알아보기 힘들게 부착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현장 단속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9시 12분께 대구 수성구에서 북대구 IC 방면으로 진입하는 신천대로에는 자동차를 운반하는 카캐리어가 시속 30~40km로 주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량 뒷 부분에 보여야 할 번호판은 직각이 아닌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기울여놔 약간의 거리에도 식별이 어려웠다. 심지어 이 차량은 두 개로 연결된 화물칸마다 번호판이 부착됐는데 `6*48`과 `6*44`로 각각 달랐다. 이 차량이 북대구 IC로 빠져나가는 30여분까지 같은 노선을 운행했지만 경찰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장 인근에 불법주정차 돼 있는 화물차들도 뒷 번호판을 식별하기는 어려웠다. 이날 오후 2시께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위치한 한 공사장 출입문에는 3대의 트레일러가 화물 적재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차량은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앞 번호판과는 달리 뒷 번호판은 모두가 흙먼지에 가려져 약간의 거리에서도 식별이 어려웠다. 달성군 일대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일부 트레일러도 뒷 번호판의 상태는 비슷했다. 취재 중 만난 주민 A씨는 "도로를 다니는 트레일러에서 번호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목격하긴 했지만 굳이 신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세상이 하도 무섭다 보니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트레일러 등의 단속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앞 부분의 번호판 인식으로 이뤄지지만 뒷 번호판은 뒤따르는 차량이나 시민의 신고에만 의존한다. 사실상 뒷 번호판이 보이지 않을 경우 약간의 후미 추돌 정도는 느끼지 못하는 트레일러 특성상 자칫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운전자를 잡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인력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번호판을 고의로 가리거나 식별을 어렵게 한 차량이 단속 대상이 되는 건 맞지만 시민의 신고에 의해서만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 인력이 부족해 일일이 도로에서 단속을 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