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독국(押督國)은 기원전 2세기경에 터를 잡은 후 신라가 6세기 경 지방관을 파견하여 직접 다스리기 전까지 대략 600년 동안이나 경산지역에 위치했던 고대국가이다. 음즙벌국(안강), 이서국(청도), 골벌국(영천), 소문국 또는 조문국(의성), 감문국(김천), 사벌국(상주) 등 사로국이 성장하여 주변 소국들을 차지하고 신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경상도 일원에 크고 작은 소국들이 나름의 영역을 가지고 존재했던 것이다. 이러한 나라들 중 압독국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비교적 여러 곳에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다른 지역보다 고고학적 성과가 월등해 그 실체가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본론에서 자세히 밝히겠지만 압독국 유적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인골자료가 260여 개체나 발굴되어 압독국 사람들의 체질인류학적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저습지와 고분에서 당시 사람들이 먹었던 동물뼈, 생선뼈, 조개, 볍씨, 과일의 씨앗 등 생활자료가 어마어마하게 출토되어 고대사 연구의 보고라 할 수 있다. ■ `압독`이라는 국명의 사용과 의미 압독국이라는 나라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기록은 `삼국사기`이다. 우리가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 보았던 삼한시대 영남지방에 있었다고 전하는 진한 12개국, 변한 12개국에 관한 내용은 사실은 3세기에 편찬된 중국의 사서인 `삼국지`위서 동이전에 기록된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진한 12개국에는 압독국이라는 나라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신라의 금석문 자료에서도 압독이라는 기록은 보이질 않고, 12세기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비로소 `압독국` 또는 `압량소국`이라는 국명이 확인된다. 이렇듯 `삼국지`의 기록과 `삼국사기`의 기록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진·변한 시기에는 `압독국`이라 불리지 않고 다른 국명이 있었으나, 4세기 이후 경산지역이 신라에 의해 복속된 이후에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 바로 `압독`이라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정확히 경산지역이 언제부터 압독이라는 국명을 사용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고고학적 조사에 의하면 기원전 2세기경 압독국의 최초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그들 스스로든 다른 지역 사람들이건 인식하고 부르는 나라이름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압독이라는 국명은 압독국이 신라에 의해 복속되고, 신라의 주군현제(州郡縣制)의 시행으로 지방관이 파견된 6세기 이후에도 압독군(押督郡) 또는 압량주(押梁州)로 계속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757년 신라 제35대 경덕왕은 지방 군현의 명칭을 모두 한자식으로 바꾸었는데, 이때 압독은 장산군(獐山郡)으로 변경되면서 압독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압독국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서인 `삼국사기`에는 비교적 많은 곳에서 `압독`과 `압량`이라는 국명이 등장한다. 이상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압독국관련 내용이다. 그런데 `삼국사기`에는 본기와 지리지에 압독국이 사로국에 복속되는 과정이 시점과 과정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본기에서는 압독국이 파사왕 23년인 기원후 102년에 실직국의 왕과 함께 사로국에 스스로 항복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면 지리지 장산군조에는 지미(지마)왕이 압독국을 정벌하여 이 지역을 군으로 삼고 경덕왕때 장산군으로 개명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삼국유사`왕력편에도 지미(지마)왕대에 사로국에 편입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록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압독국은 기원후 2세기 초엽에 사로국의 파사왕과 지마왕대에 흡수 통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삼국사기`의 초기기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대체로 200년 정도를 내려서 봐야 한다는 소위 `삼국사기`수정론을 주장하는 이가 많다. 또 고고학적인 조사와 연구성과에 의하면 압독국을 포함한 경상도 일대의 지방소국이 신라에 의해 병합되는 시점이 대체로 4세기 이후로 보고 있는 것이 정설이다.　 ■ 압독국의 범위 행정구역에 대한 개념이나 제도가 미비했던 고대사회에서 압독국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압독지역`은 어느 정도의 범위였을까? 단위 정치체인 `국(國)`이 성립되는 시점을 원삼국시대(삼한시대) 널무덤(木棺墓)이 조영되기 시작하는 기원전 2~1세기를 전후한 시점으로 본다면 압독국 또한 이즈음에 진한의 한 소국으로 경산지역에 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중심지는 임당유적과 신대리유적의 널무덤과 환호(環濠)의 발굴성과로 볼 때 임당구릉 일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압독국 성립단계에는 구심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여러 개의 촌(村)으로 구성된 사회조직이었다가 점점 세력이 커진 하나의 마을이 구심력을 가지는 중심촌(中心村)으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덧널무덤(木槨墓)을 사용하던 기원후 2세기에서 3세기까지는 규모가 크고 구심력이 강해진 대촌(大村)으로 발전하여 이전 널무덤단계에 비해 사회조직이 한층 분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원후 3세기의 상황을 전한 `삼국지`위서 동이전 변진조에 "큰 나라는 4000~5000호나 되고, 작은 나라는 600~700호가 되어, 총4~5만 호가 된다"는 기록을 통해 당시 국(國)의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압독국의 영역을 찾기에는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독특한 고고학적 실체가 명확하지는 않다. 좀더 구체적으로 압독지역의 영역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시점은 고총(高塚)의 분포가 명확하고 어느 정도 고고학적 성과가 정립된 신라 마립간기이다. `삼국사기` 지리지 장산군조에는 경덕왕이 개명하기 전의 현(縣) 이름으로 치성화현, 마진량현, 노사화현이 보인다. 이를 마립간기 즉 신라에 의해 간접지배를 받던 4~5세기의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고분의 분포와 연결하면 중심 읍락이었던 임당유적을 포함하여 각각 지금의 대구 불로동 고분군, 진량의 신상리 고분군, 자인의 북사리 고분군에 대응시킬 수 있다. 이 중 불로동 고분군 조영집단은 지형적으로 금호강이라는 장애물이 있고, 임당유적에서 다소 먼 거리에 있다는 점, 고분의 규모가 다른 고분군에 비해 크고 묘제도 돌덧널무덤(石槨墓)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독자적인 성격이 강한 별읍(別邑)으로 보기도 한다. 결국 압독국의 최대 범위는 국읍(國邑)인 임당유적을 중심으로 과거 경산군 전체(대구에 편입된 고산면, 안심면 포함)와 대구광역시 불로동 일대까지를 포함하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　 ■ 임당유적의 발굴  경산 임당유적은 경산시 임당동·조영동, 압량면 부적리·신대리 일대에 형성된 비교적 얕은 구릉에 넓게 분포하는 유적으로, 고대 경산지역에 위치했던 `압독국(押督國)`의 중심지로 밝혀져 일부가 사적 제516호로 지정되어있다. 이 유적은 이미 일제강점기인 1918년에 일본인 하라다 요시토(原田淑人)에 의해 조사되었다. 그는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가 1922년에 펴낸 `1918年度 古蹟調査報告`에 조사내용을 남겼는데, `大洞村落 부근(지금의 임당동 고분군)에 12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조영동(지금의 조영동 고분군)에도 4기의 고분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본격적인 임당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는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졌다. 1982년 당국에서 문화재가 해외로 밀반출되는 과정에서 적발하고 유물들이 도굴된 곳을 추적한 결과 경산 임당동 고분군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82년 영남대학교 박물관에서 고총군이 발굴조사 되었다. 발굴조사 결과 금동관을 비롯한 화려한 신라식 금공품과 수많은 토기, 철기 등이 쏟아져 나와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압독국의 최고 지배자들의 무덤임이 밝혀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후 1980년대 후반 유적 일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조영동 일대에 대한 2차와 3차 발굴조사가 이루어 졌다. 특히 2차 조사에서는 지금 사적으로 지정된 조영동의 고총군이 전부 발굴조사되었다. 조영동 고총군에서도 임당동과 마찬가지로 압독국의 최고 지배자들의 무덤군임이 확인되었다. 1990년대에는 임당구릉 전체에 대한 시굴조사가 이루어 졌고, 이 조사를 바탕으로 대규모 발굴조사가 실시되어 고분, 저습지, 환호, 토성, 마을유적이 조사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접한 압량면 신대리일대에 대한 조사에서 대규모 널무덤(木棺墓)이 조사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사에서 기원전 2세기 후반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유적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크기와 묘제의 고분 2천 여기와 2만점이 넘는 방대한 출토유물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임당유적만이 가진 가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