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글 읽기를 좋아하는 한 선비가 있었다. 책만 열심히 읽었을 뿐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아서 그의 아내는 답답할 때가 많았다.  　하루는 아내가 남편에게 곡식을 말리기 위해 마당에 멍석을 펴 놓고 선비남편보고 밭에서 김을 매고 올 터이니 잘 보라고 한 후 밭으로 나가 김을 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소나기가 심하게 내렸는데 그 선비는 명석에 펴 놓은 곡식이 소낙비에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오직 책만 열심히 읽었던 것이다.  　밭에 나갔던 아내는 소낙비가 오기에 곡식이 걱정되어 급히 집으로 와 보니, 남편은 책만 읽고 있었고, 곡식을 전부 떠내려가고 말았다. 　"곡식이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만 읽고 있는 사람을 어찌 남편이라 믿고 살겠는가"하고, 아내는 울화통이 터져 집을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선비남편은 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아내는 게으르고 답답한 남편과 함께 살아 봤자 평생 고생만 할 같아서 비장한 결심을 하고 마침내 집을 떠나가고 말았다. 　아내가 집을 나간 후 몇 년이 지난 다음에 그 선비남편은 열심히 공부했던 관계로 과거에 장원급제하였다. 마을사람과 친구, 친족들로부터 많은 축하의 인사를 받으니, 그간에 참고 견디면서 면학 정진하였던 것이 헛되지 않아서 기쁨은 말할 수 없었으나, 집나간 아내에 대한 생각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던 것이다. 　임금으로부터 교지(敎旨)를 받아 자랑스럽게 근무지에 도임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전송해 주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행복했다. 　얼마쯤 가는 도중에 옛 아내를 보게 되었다. 옛 아내는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먹을 것이 없어서 길가의 돌피를 훑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을 알아 본 옛 아내는 뛰어와서 집나간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며 같이 살자고 애원을 하였다. 그러나 그 선비남편은 물 한 동이를 가져오게 해서 그 물동이를 옛 아내 앞에 엎질러 놓고, "이 엎질러진 물을 다시 물동이에 담으면 같이 살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물동이에 담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覆水不返盆)이기에, 다시 부부로 산다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는 옛이야기이다. 삶의 환경이 어렵더라고 참고 견디며 부지런히 살아가면 마침내 좋은 때가 온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오늘날 경제형편이 호전되지 못하여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서민들의 한 숨이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 세끼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지난 세월에 발분망식(發憤忘食)하며 열심히 공부하여 설정한 생애목표를 달성해서 가흥을 이루고 입신양명한 사례는 본 받아야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세월만 탓할 것이 아니라 한결같게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一勤天下無難事일근천하무난사)는 말이며 부지런함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勤爲無價之寶 근위무가지보)라는 말에 귀를 기우리며 불평하지 말고 먼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경제난국을 극복할 있는 국민의 당위적 의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