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역사는 단일 성씨인 전주 이씨가 500년간 계속해 지배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일본 도쿠가와 가문이 260년간 지배한 것과 비교해도 두 배나 긴 기간이다. 우리 현대사와 가까운 조선왕조는 수도 한양이 서울로 이름이 바뀌어 그대로 이어져 눈부신 발전을 하면서 역사적 영속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은 영욕이 교차한 역사로 보인다. 세종대왕 같은 성군의 재위로 한글이 만들어진 것은 길이 남을 업적이다.  　그러나 연산군 같은 폭군과 자격이 의심되는 왕들 때문에 무수한 어진 선비와 인물들이 죽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지기도 했다.무능한 임금들로 인해 왜란과 호란이 발생해 수많은 백성들이 처참하게 목숨을 잃고 정든 고향과 가족을 떠나 포로로 잡혀가는 비극이 일어났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나라 문을 걸어 잠그고 고집한 쇄국 정책은 결국 일본에 국권을 내어주는 씻지 못할 망국의 길을 자초했다.  　조선왕조를 무조건 폄하하고 비난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미화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과거 학교에서 배운 역사수업을 떠올리며 왜 그렇게 배워야 했는지 아직 이해 안되는 대목이 있다. 바로 태종 이방원과 세조의 왕위 계승 과정에 벌어진 살륙이다. 　태종은 왕자의 난을 일으켜 배다른 어린 이복동생들을 죽이고 세종의 장인인 자신의 사돈마저 누명을 뒤집어 씌워 없앤다. 물론 자신의 처남들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왕위 계승에 일등공신이지만 눈 하나 깜짝 않고 저세상으로 보낸다. 세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어린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고 영월로 유배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목숨까지 빼앗는 사람의 탈을 쓰고는 못 할 짓을 한다. 자연인이라면 두 사람 모두 살인, 살인교사, 살인방조혐의 등등으로 사형을 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교과서와 역사시간에 배운 기억으로는 두 사람 모두 이렇게 함으로서 오히려 조선 왕조 초기 왕권을 공고히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 왕권을 공고히 하려면 이처럼 수많은 사람을 죽였어야 했는지 교과서를 집필한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계유정난으로 부르는 세조의 왕위찬탈로 인해 맞는 것은 어느 것인가? 라는 문제에 왕권강화가 정답중 하나로 예시된 것이 기억난다. 　사람으로서는 못 할 짓을 저질렀는데도 왕권을 공고히 했다니 필자의 역사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역사교과서는 왕조유지란 대(大)를 위해서는 소(小)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 것 같다. 태종의 왕위 찬탈은 세조로 이어졌고 그 이후에도 폭군 연산군과 광해군도 주동자가 왕자나 왕의 족친이 아닌 신하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역시 쫓겨나는 전철을 밟았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그래도 다행히 목숨만은 부지했다.우리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겠지만 왕들의 잔혹한 행위를 이런 식으로 미화하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이 같은 역사적 평가는 역사교과서를 만들 당시 집권자들의 영향이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부는 일부 교과서의 우리 역사에 대한 좌편향 서술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국정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정권교체로 좌초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이와 반대로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는 움직임에 보수진영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는 다르다며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정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역사적 기술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역사에 대한 해석과 기술은 정권이나 당시 정치적 상황을 떠나 후세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