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두고 끊임없이 상충되는 의견대립으로 점철된 도시 발전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도시재생이 얼마나 합리적인 대안인가를 알 수 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은 무조건 때려 부수고 나서 새 건물을 지어야 직성이 풀렸던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큰 오류였던가를 최근에 와서야 깨달은 셈이다.  　경주에서 가장 큰 오류는 쪽샘지구를 들어낸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쪽샘지구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자원이었지만 어느 최고 결정권자의 판단 착오로 금쪽 같은 관광자원을 없애버린 것이다. 지금 황남동 한옥마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지역을 개발이라는 논리로 도려낸 것이다.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특히 원도심의 경우에는 개발로 가닥을 잡을 경우 들어가는 비용과 귀중한 역사문화 자원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두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퇴락하고 누추하지만 제대로 꾸미고 다듬는다면 그 어떤 문화유산과도 비견할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예를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울산의 원도심을 보면 쉽게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울산의 원도심은 1960년대 공업지구로 지정된 후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중심지가 됐다. 한때 그 지역은 울산의 행정, 문화, 경제 중심지였고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태화강을 건너 강남 개발이 이뤄지자 상권이 일제히 움직였고 원도심은 순식간에 슬럼화를 겪었다. 거리는 한산해졌고 밤만 되면 어두운 골목으로 전락했다. 상가는 문을 닫고 민 점포는 늘어났다.  　그러다가 불과 5~6년 전부터 원도심을 문화의거리로 지정하고 대규모 도시재생을 실시했다. 시립미술관을 원도심에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원도심으로 몰렸고 카페와 공예품 공방들이 빈 점포를 채워나갔다. 그러자 이 거리를 떠났던 시민들이 다시 이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빈 점포를 찾기 힘들고 늦은 밤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강남으로 옮겨갔던 중심상권이 다시 원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예는 비단 울산 원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예가 있다. 뉴욕의 소호와 첼시는 화가들의 작업실이 몰리면서 일약 세계적인 예술의 거리가 됐고 지금은 명품 상점과 기가막힌 카페들이 들어서 뉴욕의 중요한 관광 거점으로 성장했다. 임대료가 상승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소호에서 첼시로 밀렸다가 지금은 브루클린으로 옮겨갔다. 결국 브루클린도 머지않아 소호와 첼시처럼 변할 것이 틀림없다. 　경주의 원도심 도시재생도 이들 성공한 예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행정이 구상해서 안 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실행해야 한다. 이미 큰 틀의 계획은 나와 있다고 하지만 더 꼼꼼히 생각하고 제대로 사업을 펼쳐야 한다. 한번 손대고 나면 다시 손대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경주가 도시재생을 하기로 계획한 원도심 지역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세계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매력을 바탕으로 갖추고 있다. 경주의 원도심은 바둑판으로 정렬된 매우 이상적인 동선을 가지고 있어 다채롭고 흥미로운 구상만 한다면 경주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성공할 수 있다. 단순하게 건물의 외양만 수선해서는 될 문제가 아니다. 인문적 상상력을 가지고 2천년 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 　현재의 관광 트렌드는 단순한 유적 중심의 관광이 아니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여행자들은 유적을 즐기다가도 그 지역의 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원형을 보기 위해 원도심을 찾거나 서민 집단 거주지를 찾기도 한다. 패키지 여행자들이 유적을 방문하고 쇼핑몰을 다녀가는 여행패턴에서 이제는 자유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경주의 원도심 도시재생은 그런 여행자들의 기호에 맞워야 한다. 　그리고 관광은 반드시 문화 인프라와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문화적 층위가 얕으면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이 오래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 번 왔다가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남지 않을 수 있다. 경주의 도시재생은 그동안 본격적으로 매달리지 신라문화의 재발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배려를 해야 한다. 굳이 역사적 가치에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신라의 고도가 가지는 품격을 문화로 되살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