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땀으로 범벅이 된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밀려드는 시원함이 있다. 대형화재가 되기 전 불을 진화한 것에 따른 뿌듯함은 바로 그때 가슴 속에 채워진다"대구 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예방홍보팀에서 홍보담당을 맡고 있는 정지운씨는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영웅심리 같은 것이 아닌 화마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낸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다"며 이같이 밝혔다.지난 2009년 인천시 소방공무원을 시작으로 화마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있는 정씨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소방공무원의 고된 일을 대형화재를 우려한 시민들의 안도의 한숨으로 잊는다고 했다. 다른 직종의 사무직으로 몸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근무여건에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 소방공무원이 가장 의의로운 직업으로 느껴져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시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정씨. 심지어 그는 화재로부터 자신의 고향인 대구시의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소방공무원 시험을 치른 이력까지 가지고 있다.정씨는 "소방공무원을 인천에서부터 시작했지만 틈틈이 고향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는 자리가 비면 채워지는 형식으로 부서 이동을 하는데 대구는 순번이 너무 밀려있었다"며 "언제가 될 지 모를 순번을 기다리느니 시험을 다시 치자는 생각을 했고 대구 소방공무원 시험을 통해 2010년부터 대구 달서소방서 월성119안전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런 그의 열정에도 섭씨 1000도를 넘나드는 화재 현장의 열기는 언제나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재에 따른 붕괴의 우려도 불길을 잡는데 심리적인 불안 요인이 될 떄가 많다. 몇 시간여 동안 화재를 진압한 뒤에도 곧이어 다음 출동을 준비해야 했기에 이로써 생겨나는 피곤함도 상당했다. 심지어 불길이 번진 뒤 신고된 화재나 불법 주정차 등으로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무기력한 모습은 정씨를 무엇보다 가장 힘들게 했다.정씨는 "뜨거운 불길을 잡는 게 우리의 일이니까 이에 따른 고충은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5~6시간 불을 끄다보면 체력이 바닥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소된 화재 현장을 허탈하게 지켜보던 건물주나 집주인이 도리어 우리들에게 화를 내면 `이 일을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탈해진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에도 화마와 고군분투한 흔적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대형화재를 막았다는 생각이 교차될 때마다 소방공무원으로써 더 할 나위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정씨. 그는 최근 행정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관내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화재의 위험성을 어릴적부터 익혀 노년이 될 때까지 불조심을 실현케하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화재 예방 교육. 정씨에게 화재 예방 교육은 단순한 업무가 아닌 화재로부터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설계도와도 같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 화재 예방 교육이 갖는 비중은 크다는 것을 짐작케하는 뜻이기도 하다.정씨는 "현재 소방 안전 교육은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화재의 위험성을 느끼는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체험 위주의 교육이다보니 아이들이 많은 흥미를 갖는다. 교육을 재미있게 잘 들어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보람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