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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home/kbsm.net/www/default/include_skin02/head_view.inc.php on line 64 청렴의 정착 - 선진으로 가는 힘든 길목 - 경북신문
약 6여 년 전에 카스피 해 연안의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공화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고 여기저기 땅에서 불이 솟기도 해서인지 `불의 나라`로도 불리며 그 수도는 `바람의 도시` 바쿠(Baku)이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대통령제 국가로 1인당 국민소득(GDP)은 7천불 수준이었고 행정 각 분야에서 선진화 노력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바쿠의 치안질서는 양호하고 시민들의 생활도 평온해 보였다. 얼굴들은 동북아 사람들에 비해 대부분 반듯하고 윤곽이 선명했다. 같이 사진을 찍어서 보면 그들은 영화배우 같기도 했다.
그 나라 인사부가 마련한 성과주의 인사 세미나에 간 것이었으나 부가적으로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시민사회에 떠도는 묘한 평판을 접한 바 있다. 예컨대 바쿠 시내에 있는 40층 높이의 거대하고 찬란한 `불꽃타워`(Flame Towers)는 당시 대통령과 그 부인 소유라고 하고 교통부 장관의 친동생이 전국 버스사업자 연합회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간부급 공무원 대부분이 평소 오후에는 어디 가는지 사무실에 없다는 것이며 대학교수는 학생들이 갖다 주는 돈 액수에 따라 학점을 준다는 말도 들었다.
인사부장관 미팅에서 공무원 보수에 대해 물어 보았다. 중앙부처 국장급의 월급이 한화 60~7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혼사 축의금은 한화 6만 원 정도라고 했다. 보수에 비해 부조금 액수가 많아 보여 질문을 했으나 그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 또는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라는 것이 있다. 100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깨끗한 나라이며 50점을 넘으면 절대부패는 벗어났다고 한다.
180여 국가 중 핀란드, 덴마크, 싱가포르, 영국 등이 상위권이고 미국과 일본은 15-20위권, 한국은 이제 갓 50점대로 50위권에 있으며 아제르바이잔은 120위권에, 북한은 거의 후미에 있다.
깨끗해서 선진국인지 선진국이라서 깨끗한지는 모르나 점수가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높으며 후진국일수록 낮은 경향을 보인다. 부패지수가 높은 즉 청렴한 나라일수록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된다.
한국에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부처 과(課)의 주무(서무)계장은 동일 계급 중 노련한 선임자가 맡았다. 회식비 등 자금을 만들어 과장을 잘 모시며 휴가나 명절 때 과 직원들에게 교통비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 더 옛날에는 명절 등의 경우에 쌀을 조달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려면 회계에 통달하고 내외 네트워킹을 통해 원고료·강의료 등의 기회도 잘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말까지도 수도권의 S자치단체에서는 20년 정도 공직생활 하고 시내에 집 한 채 없으면 `병신`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제, 청렴이 정착되지 않으면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청탁금지법과 같은 제도는 윤리실천을 위한 부득이한 가이드라인이다. 미국 워싱턴(D.C.)의 공직자들도 외부 식사대접 상한액이 1인당 25달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법규보다 문화적·거버넌스적 노력이 없으면 실로 이루지 못한다. 또 어떤 방안이든 급격한 추진은 늘 부작용을 낳고 `풍선효과`로 인해 효과 자체가 무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성의 질서나 이득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연어가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갈 때 민물·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머물며 몸에 은색이 짙어지는 `은화`(smoltification)라는 변화 적응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사회 여타 영역과 마찬가지로 청렴 분야도 그 절대성과 상대성의 경과적 타협이 필요하다.
아예 역발상으로 부조리 행태를 제도로 양성화하는 방법도 있다. 서구의 공식적인 `급행료`(express charge)나, 미국의 경우처럼 공무원에게, 예컨대 경찰이 비번 시에 정복으로 학교 앞이나 행사장에서 유급 교통정리를 하는, `부업`(moonlight job)을 허용하는 것 등과 같은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어린 날 맨 먼저 배운 격언이다. 조직의 위가 청렴해야 아래가 청렴하고 그래서 전체가 청렴해진다. 그리해야 생명력이 살아서 강하고 탄력적인 조직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