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어떤 천재지변은 물론 가뭄만 들어도, 나랏님의 덕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고 하여 민심이 흉흉해 지곤 했기 때문에, 가뭄이 심하면 임금님이 몸소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하고, 국고(國庫)를 열어 구휼미(救恤米)를 방출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어떤가? 조금만 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고, 경제정책이 질타 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물론 국가 경제정책도 대단히 중요하긴 하지만, 문제는 국가 경제라는 것이 반드시 어느 한 사람의 의도나 경제정책에 의해서만 좌우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옛날에 기우제와는 상관없이 기상 변화에 따라 풍년이 들기도 하고, 흉년이 들기도 했던 것처럼, 근래의 국가 경제란 변덕스러운 기상변화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주변 환경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나타나는데, 가령 태평양 건너 미국의 증시가 폭락해도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 아직 아무도 정확히 답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은 한 나라의 경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가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연동되기 때문에, 아무리 저명한 경제 전문가라도 예측이 쉽지 않은 변수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 집권 2년도 안 된 대통령 한 사람에게 현재의 경제 불황이나 실업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그리고 현재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인가도 좀 따져보고 싶어진다. 　거대한 국가경제가 아닌 일 개인의 경제도, 전 년 혹은 전 전 년 또는 수 년 전의 투자 실패로 인한 결과가 현재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무슨 즉석 카지노 투전이 아닌 다음에야 지금 당장 전망 있는 유효한 투자를 실행했다고 하더라도 그 승패를 말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경과된 후에야 가능할 것인데, 아직 채 실행도 안 된 경제 정책들을 놓고 실패를 인정하라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무식해서인지? 아니면 알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 　내가 보기에 현재 국내외적인 경제 여건도 제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전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지난 보수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사람들이, 현 정부의 국민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공격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떠드는 소리는, 마치 부실공사를 한 건축업자가 주민들의 체중 때문에 아파트가 붕괴할 우려가 있음으로 즉시 주민들의 체중 줄이기 운동을 해야 한다는 소리와 전혀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최저임금 인상을 탓하기 전에, 최저임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을 양산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청년고용절벽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부터 좀 따져봐야 할 것이 아닌가 그 말이다. 지금은 대통령이 마술을 부려도, 침체일로에 있는 우리 경제가 갑자기 도약할 리는 없을 것이고, 경제성장과 크게 관계없이 이후의 고용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국가들이 공히 고민해야 할 문제라 생각된다. 따라서 우선은 모든 국민들이 합심하여 어려움을 나누고, 이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 나가는 길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며, 다만 지금 어렵더라도 방향을 잘 잡아야 다음 정권이 쉬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대통령의 임기는 짧지만, 국민은 임기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