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화재는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 여의치 않을 땐 급히 대피해야 사상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는 소화기, 옥내소화전, CPR(심폐소생술), 완강기 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관호 대구 수성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은 "화재 현장의 사상사고 대부분이 망설이는 몇 분간의 시간차이로 발생한다. 소방안전교육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화재 현장에서의 안전을 지켜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방장은 2003년 8월 대구 북부소방서 대현 119 안전센터를 시작으로 15년 가까이를 화재 현장에서 대구 시민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화재 현장에서 불을 진압하는 소방사를 시작으로 구급대원 등을 거친 뒤 지금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평생 직장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고심하다 소방공무원을 선택하게 됐다는 이 소방장. 하지만 이런 열의에도 화재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끊임 없이 그를 괴롭혔고 소방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지금도 당시의 기억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소방장은 "소방공무원의 대부분의 일이 시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일이다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그러나 이런 노력에서 사상자는 나오게 되고 이런 기억은 저를 비롯한 모든 소방공무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숱한 화마의 기억들. 그는 그 중에서도 대현 119 안전센터에서의 신암동 화재 현장을 가장 기억에 담았다. 이 소방장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늦은 신고로 3층 건물 대부분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불길을 피해 밖으로 나왔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는 밑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에 옥상으로 대피해야 했다. 이 소방장은 선착대로 도착했지만 그를 비롯한 또 한 명의 소방사가 전부였고 불길을 진압해야 했기에 혼자서 노부부를 구해내야만 했다. 이 소방장은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노부부의 얼굴이 연기 속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혼자서 3층 높이의 사다리를 걸쳐 놓고 어르신들을 구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선착대로 도착한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든다. 노후된 건물에서의 붕괴 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지만 여유롭게 안전을 확인하고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시간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한 건물 붕괴는 대부분의 화재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난 10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화재 붕괴 사고를 비롯해 포항 식자재마트 화재 붕괴, 전북 장수군 주택 화재 붕괴 등 화재 발생으로 생긴 건물 붕괴는 월중 행사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 소방장은 "화재 현장에선 건물의 노후화에 따른 붕괴사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건물 속에 들어가 화재를 진압할 때면 언제나 붕괴사고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나마 붕괴 발생 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소방장은 이런 근무환경에서 발생한 트라우마를 운동으로 이겨내고 있다. 마라톤을 시작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오다 몇 년 전부터는 규칙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 사이클을 통해 땀을 흘린다.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그에겐 큰 위안이 되고 있다. 한편 그는 최근 들어 시민을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유치원 아동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에서 자기가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를 가정해 체험 위주로 화재예방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방장은 "교육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소화기, 옥내소화전, 심폐소생술, 완강기 등에 대해 자세히 안다고 하지만 막상 작동하는 방법에 대해선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직접 해보는 체험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면 그제서야 교육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고맙다`라는 말을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내년도 소방안전교육사를 취득할 계획이다. 소방설비기사 등 많은 자격증이 있지만 소방교육에 참여하면서 이에 따른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하고자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소방장은 "소방안전교육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돼야 겠다는 생각을 교육에 참여하면서 알게 됐다"며 "실질적으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담당자가 되고 싶어 소방안전교육사를 내년에 취득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