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통신사에 투영된 에도의 광경-②　왜인이 쓴 `남포문집(南浦文集)`에 조선 침략에 종사한 왜 사졸이 전장에서 죽은 자가 몇 만 명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그 수가 부지기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조선의 역관등이 일본에서 왜인들과 한 방에서 같이 유숙을 하는 데 밤에 말하는 것을 엿들어 보면 임진년의 난리에 참전했던 사람에 의하면 "조선 사람이 수전에 능숙하여 일본이 누차 패전하여 당할 도리가 없고, 육전에는 조선의 궁술과 기병이 정예하나 접전하기도 전에 도망하였다"고 말한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책의 문화재적 가치성을 알아서 보다도 전리품의 기호로 골동품적 취향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왜장들은 무식하여 교토 5산의 여러 학문승으로 하여금 문화재 약탈에 자문역으로 대동(帶同)하였다. 이 중에서 특히 승려 에게이(惠瓊)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을 받고 조선으로 급파되어 1592년 5월 21일 경상북도 성주에서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를 만나, 성주사고의 서적을 모두 약탈해 6월 7일 부산으로 돌아가 일본 안고쿠지(安國寺)에 편지를 보내 `조선 불전의 내전(內典)과 외전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서적과 보물을 배에 실어 보낸다`는 글을 띄었다. 도요토미는 조선의 약탈본을 1595년에 마나세(曲直瀨)에게 `수차지 서적(數車之書籍)`을 하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 왜란 이전과 이후에 조선 조정에서 사급(賜給)한 서적과 왜관 등에서 밀매 내지 기증한 책을 제외 하더라도 임진란 때 문화재의 약탈과 반출에 많은 학문승들을 왜장에 딸려 보내 무자비하게 약탈해 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 왜란을 일으켰고, 그 전쟁을 통하여 그 많은 약탈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해보지 못한 채 1598년 8월 18일 병사하고 말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루가(駿河)에 살았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상을 잡아 삼킬 듯 광란의 짓을 할 때도 그는 간토(關東)에 활개치며 버티고 있었던 것도 지세의 영향이 컸다. 마침내 세키가하라(關原) 전투에서 도요토미 군을 쳐서 없애고 도성을 에도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에야스는 집권하면서부터 유서(儒書)의 절대 진서(珍書)를 정권적 차원에서 정책에 반영하였다. 　노자와 묵자는 평등을, 특히 노자는 자유방임을 주장했고, 공자의 학문은 계급을 엄격하게 하고, 질서를 중히 여겨 유가(儒家)의 말은 절반 쯤 개명된 민중을 유도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에야스의 호학(好學)은 천성적이며, 그 사고(思考) 또한 영특하여 통찰력이 대단했다. 천하를 장악한 후 그는 마상 천하의 통치 술수가 아니라 통치의 요소를 학문에다 두고, 그 기술을 학자로부터 찾고자 적격자를 물색했다. 그래서 후지와라 세이가(藤原惺窩)를 찾고, 하야시 라산(林羅山)을 유신(儒臣)으로 삼았으며 유학이 막부에서 관학으로 시행하게 된 효시가 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비록 "마상(馬上)에서 천하를 잡았으나 문(文)에서 천하를 다스린다"고 호언하고, "사람의 지혜를 늘리는데는 서적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일념에서 여러 아들과 학자들을 지방에 내려 보내 집권 초창의 국책사업으로 도서관을 설치하고, 출판사업의 장려와 학문을 증진시켜 통치술을 오로지 학자로부터 구하고, 측근을 멀리하고 인재를 찾는데 정성을 쏟았다. 　이에야스의집권이1603년에 세이대장군(征夷大將軍)으로에도막부를설치하고부터 1868년까지 15대 장군 265년간을 조선의 유학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민심을 지배하는 학문적 문화적, 정신적 지주로 하여, 선대의 유업을 받들어 조선과의 원만한 외교적 선린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조선통신사로 인하여 왜구에 의한 약탈의 시대를 `공존의 시대`로, 임진 왜란에 의한 전쟁의 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