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잠시 살 때 아이 둘은 공립 고등학교에 다녔다. 학교에서 `선물`(present)과 `뇌물`(bribe)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타인으로부터 무엇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으면 `선물`이고 `찜찜`(uncomfortable)하면 `뇌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뇌물은 즉시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선물`인지 `뇌물`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쉽고 간단한 기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당사자의 인식에 따라 달리처리될 것이다. 개인의 내면적 윤리의식이 비교적 희박한 사람에게는 통상 `뇌물`로 보이는 것도 `선물`로 간주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때 선의의 선물이 거부당한다면 자칫 성의를 무시한다는 비난도 듣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찜찜`한지의 여부는 사회의 통념적인 정서를 눈높이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일전의 보도에 의하면 임대사업자 등록 통계로서 2018년 7월 현재 한국에서 집을 제일 많이 가진 사람은 혼자서 604 채를 보유하고 있고 상위 10명의 1인당 평균이 460 가구이며, 집 한 채를 소유한 두 살짜리 유아도 있다고 했다.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이들과 이른바 편히 와침좌식(臥寢坐食)할 공간조차 없는 사람들 간에는 널리 재물 외에 `선물`·`뇌물` 등에 대한 인식이나 판단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 공직사회의 청백리 제도는 국가에서 청백리(淸白吏)를 선발하여 상을 주던 국가서훈(敍勳) 제도로서 1990년경까지 잠시 시행된 적이 있다. 현재는 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 정부 부처와 언론사가 공동 운영하거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하는 사례가 있긴 하다. 예전에 청백리라고 하면 일면 깨끗하면서도 너무 꼿꼿하고 융통성이 없어 그야말로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고지식한 공직자 모습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거의 비정상적인 인간이 되어야만 청백리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던 것이다.  　청백리상을 수상한 바 있는 중앙정부 A청의 구 모 씨는 근무시간 중에 어쩌다가 신문을 잠시 보던 중 지나가던 부서장의 눈에 띄었다. 그는 스스로 근무 중 신문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크게 반성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가 청백리 수상자로 결정되어 상을 받으러 가야했을 때 입고 갈 양복이 없었다. 그래서 청장이 한 벌 맞춰주었으나 그는 수상 후 양복 값을 청장에게 갖다 주었다. 당시로서는 직속상관의 배려인 `선물`을 거절한 것이다. 　한편 2천 년대 초 B청 소속 공무원으로 아파트 14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간부직급 승진 검증에 걸려 좌절된 사람이 있었다. 물론 부인이 관리하여 본인은 그 내역조차 몰랐으며 그로 인해 업무에 영향을 준 바는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그는 겉만 공무원이었지 안은 장사꾼이었다. 　주식투자에 빠진 공무원도 상당수 있었다. 투자하는 각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주식에도 몰입되면 평소 직무에 충실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법이다. 공무원이 직무에 전념하지 않는 것은 녹(祿)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무 출장의 일정에 관광을 끼워 넣어 부분적인 유람을 하는 일도 있었고 아예 처음부터 외형만 공무로 포장을 한 경우도 가끔 있어 왔다. 미국에도 공무를 사칭해 가는 여행을 가리키는 말로 `정킷`(Junket)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뇌물`을 넘어 예산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선물`로 보일 것이다. 언제나 공직자 제1의 불멸의 가치는 `청렴`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자방공무원법에 공무원의 청렴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청렴의 `실천`은 `직무에 전력`을 다하되 `뇌물`이라면 단 한 조각도 수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융통성도 필요하고 소통도 중요하다. `평상심`(平常心)에서 양심을 관조했을 때 한 점 껄끄러움도 없이 `개운`하면 `선물`이고 그렇지 않다면 `뇌물`임이 분명하다. 일상에서 어떤 행사 등에 갈까 말까 고민될 때는 가는 것이, 물건을 살까 말까 망설여 질 때는 사지 않는 것이 낫다고 한다. 만약 `선물`인지 `뇌물`인지 그 자체가 헷갈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는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