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 먹으며배설하고알을 슬기도 한다          　 　-무산 조오현 스님　 조오현 스님은 "가장 승려 답지 않은, 가장 승려 다운 시인(신경림 시인의 말)"이었다. 누군가는, 스님은 "설악 만큼 큰 시인"이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나를 바라보니` 이 시는 스님의 자화상으로 읽힌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몸을 폈다 오그렸다 기어가는 한 마리 벌레를 보고 있다. 살아 꿈틀거리는 한 마리 벌레를 보며 자신을 돌아본다.  오현스님은 지난 5월에 안타깝게도 입적 하셨다. 자신을 "온갖 것 다 갉아 먹으며/배설하고/알을 슬기도"하는 하찮은 벌레쯤으로 여기고 있는 겸허한 시인의 삶의 태도를 우리는 읽는다. 이 벌레의 비유는 천지 만물에 대한 스님의 외경심을 이런 표현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우리도 온갖 것 다 갉아 먹고, 똥 싸고, 알을 가는 벌레 모습이 아닌가. 스님은 또 "적멸을 위하여"라는 시에서도 벌레의 비유가 나온다.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에 숲에 사는 새의 먹이로 나야겠다" 라고 노래 했다. 시인은 삶과 죽음을 이리도 예리하게 독특하게 꿰뚫어 보셨다. 아주 오래전, 어떤 잡지에서 오현 스님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불교에서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어떻게 보느냐, 라는 질문에 스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내가 아는 부활은, 시체가 다시 사는 게 아닙니다, 순간순간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게 부활이죠, 불교에는 일일일야 만생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하루 낮 하루 밤에도 만 번이나 태어나고 만 번이나 죽는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매 순간 생과 사가 갈린다는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하죠. 과거에도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오로지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교의 `윤회사상`에 대해서도 독특한 언급을 한 기억이 난다.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윤회는 죽어서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끝없이 반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 합니다. 옛 것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거듭나고, 바로 그 거듭남이 곧 부활인 겁니다" 스님의 말씀도, 스님의 아름다운 선시도 지금 시대에는 하나의 경이요, 하나의 보석이 아니겠는가, 조오현 스님! 시인은 참으로 훌륭한 현대판 한국의 뛰어난 스승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