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담에 `배꼽 아래 세 치에는 인격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군사 문화에 익숙한 일본에서 나온 속담이지만 중국의 고대사회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영웅호색`이라는 말과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정치인들은 배꼽 아래 일에 관대하다고 증평이 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도덕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힌다. 그 가운데 성적인 관계는 위정자가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치인의 스캔들을 바라보는 데 가장 관대한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79세로 사망하기 2년 전인 1994년에 주간 언론 매체에 암으로 초췌해진 미테랑이 젊은 여인의 어깨를 다정히 감싸 안은 사진이 게재됐다. 미테랑이 사회당 당수 시절 혼외 여인에게서 낳은 딸과 찍은 사진이었다. 그 매체는 `미테랑의 마지막 비밀`, `대통령의 놀라운 이중생활`이란 제목을 달아 특종보도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다른 주류 매체들은 시큰둥했다. 심지어 프랑스 최고 권위지인 르몽드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주간지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프랑스 언론의 원칙은 공인의 사생활이 그의 업무에 지장을 줄 때만 보도한다는 보도윤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언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의 스캔들로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당사자인 두 사람밖에 알 수 없는 일을 두고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김부선과 소설가 공지영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검은 점` 논란도 불거졌다. 이 지사는 스스로 기자를 대동하고 병원에 가서 두 여인이 키득거리며 주고받은 통화에 등장하는 `검은 점`이 없다는 사실을 셀프 검증했다. 　과거에도 여성 관계로 정치생명이 끝장난 이들이 적지 않다. 일일이 거명하고 예를 들자면 구차하고 수치스럽다. 과거 몇몇 대통령도 친자 확인 소송을 통해 혼외자 스캔들에 휘말렸고 아방궁으로 빗대어지는 안가를 마련하고 연예인들과 즐겼던 대통령이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어떤 작은 부스러기라도 발견이 되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 시절이다 보니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론의 태도는 이미 도를 넘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의 스캔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먼저 이 지사의 경우 김부선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옳았다. 국민에 의해 선택된 정치인이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분명하게 결백했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의혹을 털고 도정에 집중해야 옳았다. 그러나 이 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그 외에도 많은 의혹이 불거져 그것들을 주워 담느라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권 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이 지사는 선거 이후 각종 의혹에 파묻혀 서서히 대선 레이스의 선두권에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김부선의 태도는 정말 피곤했다. 이 지사와의 내밀한 관계를 세상에 알려 자신의 인간적 배신감에서 비롯된 억울함을 풀려고 했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내놔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핵심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우리나라 유력 정치인 한 사람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여 나뒹굴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 공지영과의 통화에서 공인으로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신체의 특정 부위를 원색적으로 나열하면서 `검은 점`을 운운했다. 김부선은 그 과정에서 우리 정치를 포르노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미 우리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위상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난잡하고 추악하게 최악의 수준으로 일그러뜨린 장본인이다. 　공지영은 한 술 더 떴다. 그녀는 우리나라 대표 여류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김부선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여성의 인권을 지키려는 듯 했지만 김부선과의 통화에서 드러난 그녀의 태도는 온당하지 못했다. 소설가라면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다. 그렇다면 공지영은 김부선과의 통화에서 지식인답게 굴었어야 했다. 녹취록 유출의 경로가 어떤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통화를 녹음해서 이부에 건넨 일부터 잘못이다. 김부선이 주장한 이 지사의 `검은 점`이 확실한 증좌였다면 김부선으로 하여금 경찰에 진술토록 유도했어야 했다. 　포르노로 전락한 우리 정치.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언론은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그들의 공방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그걸 또 옮기고 있다. 이제 경찰이나 검찰이 이 논란을 하루빨리 끝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도 일본도 아니다. 예의와 염치를 귀히 여기는 민족이 이 흙탕물에 오래 텀벙거리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