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10월, 대구 달서구 고속도로 인근에서 귀가 중이던 여대생이 교통사고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여대생이 숨기기 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범인으로 뒤늦게 지목됐던 스리랑카인이 20년 만에 고국 법정에 다시 선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스리랑카 검찰은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공소시효를 4일 남겨둔 지난 12일 자국민 K(52)씨를 성추행 혐의로 콜롬보 고등법원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K(52)씨 1998년 10월17일 새벽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인근에서 학교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대생 정모(당시 18세)양을 공범 2명과 함께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2013년(범행 15년 후) 특수강간 협의로 구속기소됐다. 일명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알려진 이 사건은 당시 정모(당시 18세)양이 구마고속도로에서 25t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되었고 ‘단순 교통사고’로 수사가 종결됐다. 하지만 스리랑카인 용의자가 2011년 미성년자 성매매사건으로 입건되면서 정양의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 DNA와 일치하는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은 2013년 9월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처벌할 수 없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는 기소했다.지난해 7월 대법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K씨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길은 막혔다. 그는 이 혐의와 별개로 성추행 및 무면허 운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스리랑카로 강제추방됐다.K씨를 처벌할 방법을 고심하던 법무부는 스리랑카 형법 상 강간죄 공소시효가 남아있음을 확인, 사법공조를 통해 스리랑카 검찰에 기소를 요청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살인·반역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가 20년이다. 법무부는 형사사법공조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스리랑카를 2차례 방문하였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대구지검과 협의해 1천 장 분량의 증거서류 번역해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스리랑카 검찰은 K씨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 재판에 넘겼다. 다만 K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법무부가 요청한 강간죄가 아닌 성추행죄다. K씨 DNA가 피해자 몸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된 점,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로만 기소했다. 스리랑카 현지법에 따르면 성추행 혐의는 징역 5년 이하 처벌을 받는다.법무부 관계자는 “양국의 긴밀한 공조로 스리랑카 법원에서 기소할 수 있었다”며 “향후 공판과정에서도 스리랑카 검찰과 협조해 중한 형의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