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통신사에 투영된 에도의 광경-①　조선의 도포자락에 비친 왜국의 인상기를 요약하자면 에도는 만고의 가마쿠라(鎌倉) 들판이며 큼직한 성곽은 바닷가를 누르고 높이 나는 새도 천수각(天守閣)에 부딪친다.  　궁성을 쌓은 큰 돌의 축세(築勢)가 단면을 깎아 세운 것 같고, 마치 신공(神工)의 절교(絶巧)를 앗아온 것 같은 고루걸각(高樓傑閣)이다. 그 주위에는 중첩축성이 둘러 쌓여있고, 성 밖에는 바다와 통하게끔 호를 깊이 파서 외적 방어에 만전을 기했다.  　이 나라의 성은 여러 층으로 포개(重城)고 층 마다 몸을 숨겨 적을 치는 곳이 있어 방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세 겹으로 성을 쌓으니 그 둘레가 50여리나 된다. 관속들과 백성들의 집은 천만 채나 된다고 한다.　성 밖의 사람들은 무지개 다리를 넘나들며 조개껍질을 덮어 지붕을 만들고, 거위 깃으로 칼과 창의 집을 만들었다. 간장통 마다 흰 방이 붙어 있고, 술통마다 푸른 띠가 둘려 있다. 풍속은 문란하나 법은 엄격하며 땅은 기름지고 백성은 부유하다.  　사절들은 에도에 도착하여 혼세이지(本誓寺)에 머물게 되었으며, 이삼일 후에 정장을 갖추고 국서를 봉안하여 가마와 말을 타고 궁성으로 들어간다. 갖가지 기를 흔들며 북과 나팔 등 악기가 울려 퍼지고 무기들이 번쩍여 의기충천의 입성 위용은 천하의 장관이다. 국서를 선봉하여 정당(正堂)으로 들어가 국서는 관백(장군) 앞 탁자 위에 놓고, 3사는 관백과 마주 앉아 행례를 취한다. 그리고 66주의 태수와 611현의 제 장관 등 수백 사람과 교례를 한다. 의식이 끝나면 반상(飯床)이 들어오고 연이어 다과연이 베풀어진다. 　에도에 체류하고 있을 때 사절단 중에 군관과 마상재(馬上才)들은 활기술과 말기술 등 갖가지 무예를 넓은 광장에서 베풀며 관백은 궁성의 천수각 5층 포루(砲樓)에서 구경하고, 수많은 중신들은 직접 나와서 관람하는 데 많은 갈채를 보낸다. 　1764년 통신사(정사·조엄)의 서기로 수행한 김인겸(金仁謙)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는 순 한글로 기술되어 2행 1구(句)로 1천여 귀에 달하는 가사는 한국문학상 중요하다. 그는 국서(國書)를 전할 때 장군에게 4배 할 수 없다고 궁에 들어가지 않았고, 장군의 인물 묘사는 제술관 남옥(南玉)에게 물어보고 기술했다. 이 행차 때 사절들이 한양을 출발할 때 왕이 3사에게 `호왕호래(好往好來)`라는 글을 나누어 주었다. 　왜인이 쓴 `남포문집(南浦文集)`에 조선 침략에 종사한 왜 사졸이 전장에서 죽은 자가 몇 만 명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그 수가 부지기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조선의 역관등이 일본에서 왜인들과 한 방에서 같이 유숙을 하는 데 밤에 말하는 것을 엿들어 보면 임진년의 난리에 참전했던 사람에 의하면 "조선 사람이 수전에 능숙하여 일본이 누차 패전하여 당할 도리가 없고, 육전에는 조선의 궁술과 기병이 정예하나 접전하기도 전에 도망하였다"고 말한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책의 문화재적 가치성을 알아서 보다도 전리품의 기호로 골동품적 취향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왜장들은 무식하여 교토 5산의 여러 학문승으로 하여금 문화재 약탈에 자문역으로 대동(帶同)하였다. 이 중에서 특히 승려 에게이(惠瓊)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을 받고 조선으로 급파되어 1592년 5월 21일 경상북도 성주에서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를 만나, 성주사고의 서적을 모두 약탈해 6월 7일 부산으로 돌아가 일본 안고쿠지(安國寺)에 편지를 보내 `조선 불전의 내전(內典)과 외전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서적과 보물을 배에 실어 보낸다`는 글을 띄었다. 도요토미는 조선의 약탈본을 1595년에 마나세(曲直瀨)에게 `수차지 서적(數車之書籍)`을 하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계속>